호주 총리, 원주민 관련 발언 구설…또 자질 논란

입력 2015-03-11 20:56

잦은 말실수와 경솔한 행보로 자질 논란을 빚어 온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원주민들의 오지 생활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또 구설에 올랐다.

애벗 총리는 10일 밤 공영 ABC 방송에 출연해 오지의 원주민 공동체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오지 생활을 ‘생활방식의 선택(lifestyle choice)’으로 묘사해 원주민 사회의 반발을 샀다.

애벗 총리는 “광활한 서호주 지역 100여개 이상의 원주민 공동체에 기본적인 공적 서비스가 제공될 수 없다면 이들을 폐쇄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어 “납세자들은 합리적 방식으로 합리적 서비스를 받아야 하지만 생활방식의 선택이 호주 사회의 완전한 참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그 선택을 보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소 4000년 이상 호주에서 생활해 온 원주민들은 호주 인구의 2.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 변방에서 가장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기대수명도 상대적으로 훨씬 짧고 실업률도 높다. 연방 정부는 현재 서호주 원주민 공동체에 연간 3000만 호주달러(약 257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2년 내에 이를 중단할 방침이다.

총리의 원주민문제 고문인 워런 먼딘은 “원주민들은 그들의 땅과 깊은 문화적 관계가 있다”며 이를 단순히 미개척지에 사는 문제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열 척의 카누(Ten Canoes)’ 등 원주민 영화 여러 편을 감독한 롤프 드 히어는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그의 발언은 무지를 보여준 것으로 호주 총리가 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애벗 총리는 “오지에서 지내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도 어렵고, 어른도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사정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캐나다를 찾은 애벗 총리는 캐나다를 “캐나디아(Canadia)”라고 지칭했다가 조롱을 샀다. 지난달에는 자국인 마약사범 2명의 사형을 집행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쓰나미 성금 보낸 것을 기억하라”고 위협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