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허수아비 후진타오 목격하고 군 장악·개혁에 나섰다

입력 2015-03-11 23:4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허수아비’와 같았던 모습에 군 장악과 개혁을 결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2010년 중국의 차기 지도자를 예약하고 있던 시 주석은 군인이 아닌 민간정치인 몫의 부주석으로 임명돼 중앙군사위원회에 진출했다. 당시 군사위 주석은 후 전 주석이었고 군인 몫의 부주석 자리는 쉬차이허우와 궈보슝이 차지하고 있었다. 시 주석은 쉬와 궈 두 부주석이 후 주석 눈앞에서 어떻게 군 사무를 처리하는지를 지켜볼 수 있었다. 한 소식통은 “쉬와 궈는 모두 장쩌민 전 주석의 대리인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후 전 주석은 철저하게 소외됐었다”고 말했다. 장 전 주석은 당 총서기직을 후 전 주석에게 물려준 뒤 2년 동안 군사위 주석직은 유지하면서 ‘상왕’으로 군림했다. 2004년 군사위 주석직을 넘긴 뒤에도 두 대리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다른 소식통은 “특히 쉬차이허우의 경우 후 전 주석에 보고도 없이 중요 결정을 내리고 뇌물을 받고 진급 장사를 했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도 후 전 주석의 군 장악력에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20’의 첫 시행비행을 진행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 소식을 듣고 후 전 주석이 자신만큼이나 깜짝 놀랐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2012년 말 당 총서기직을 넘겨받은 시 주석은 단시간 내에 국가주석과 총서기, 그리고 군사위 주석직을 동시에 차지한 뒤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과 함께 단숨에 군 장악에 성공했다. 지난해 쉬차이허우는 부패 혐의로 낙마했고 궈보슝도 ‘다음 호랑이’로 낙마가 임박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양춘창 예비역 장군은 홍콩 봉황TV에 “쉬차이허우가 지역 사령관 자리를 2000만 위안(약 36억원)의 뇌물을 받고 내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