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1일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이규태(66) 회장을 체포했다. 합수단이 공개적으로 무기중개업체에 대한 강제 수사를 펼친 건 지난해 11월 출범 뒤 처음이다.
◇32% 깎았다? 리베이트 낀 가격인가=“하벨산사(社)와 우리 방위사업청이 맺은 무기계약 원가에 대해 방사청은 자신 있습니까?”(김영우 국방위원)
“예, 저희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변무근 방위사업청장)
2009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방사청이 터키 하벨산으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의 원가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WTS는 요격기 등 대공 위협으로부터 조종사를 보호하는 전자방해 훈련장비다. 2009년 4월 우리 정부는 터키에 차세대 전차를 수출하는 조건으로 이 장비의 도입을 추진했다. 이를 중개한 업체가 일광공영이다.
당시 변 청장은 국방위원들에게 “터키 측이 처음에 1억4000만 달러를 제시했는데, 6개월간 ‘줄다리기 협상’을 통해 약 4600만 달러를 절감했다”고 답했다. 그는 “일광공영이 아닌 하벨산과 직거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32%를 깎았다’며 방사청이 뿌듯해한 이 가격에는 일광공영의 방위사업비리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에서는 하벨산이 일광공영에 애초 4000만 달러에 못 미치는 원가를 제시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일광공영이 방사청에 3.5배에 달하는 가격을 제시해 차액을 챙겼다는 것이다.
합수단은 수상한 자금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일광공영과 계열사, 이 회장의 자택 등 10여곳에 검사 2명과 수사관 50여명을 투입했다. 내부 문건들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했다. 첩보 수집에 주력하던 합수단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자 이미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불곰의 이규태’ 금품로비 있었나=1985년 11월 일광공영을 설립한 이 회장은 국내 무기중개업계 1세대다. 일광공영은 2000년~2006년 제2차 ‘불곰사업’(옛 소련에 제공한 차관을 러시아산 군사장비로 상환 받는 무기도입 사업)을 발판으로 급성장했다. 당시 러시아 업체들의 에이전트로 활발히 활동한 이 회장은 이후 ‘불곰의 이규태’로 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중개수수료 800만 달러를 회사 수익으로 처리하지 않고 빼돌린 혐의로 2009년 구속 기소됐고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비자금 조성 전력이 있는 거물급 무기거래상이 운영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합수단 출범 때부터 첫 수사의 표적은 일광공영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합수단은 방사청에 대한 사기 혐의로 이 회장을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체포했다. 이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예비역 준장인 권영우 전 SK C&C 상무도 체포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이 군 관계자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 확인 중이다.
이 회장은 연예기획사인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최근 여성 연예인 클라라(30·본명 이성민)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며 구설수에 올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방산비리 합수단, 무기 중개업체 일광공영 압수수색·이규태 회장 체포
입력 2015-03-11 2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