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데 왜? 미국서 간접흡연 갈등 확산

입력 2015-03-11 16:53 수정 2015-03-15 20:56

“내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당신이 왜 상관이야?” “당신 집의 담배 연기가 우리 딸 아이 놀이방으로 스며드니까 문제지!”

에드윈 그레이(53)는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1964년부터 살고 있다. 4명의 자식들과 함께 사는 그는 가끔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낙이다. 때로는 마리화나를 태우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새로 이사온 이웃이 소송을 걸었다. 담배연기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며 50만달러(약 5억6345만원)를 지급하라고 요구한 것.

그레이는 “내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데 당신에게 무슨 피해를 주느냐”고 반발했다. 소송을 제기한 네사 코핀저스(38)는 18개월된 딸이 있고 둘째를 임신한 환경전문 변호사다. 코핀저스는 “우리 집에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고, 흡연자를 집안에 들이지도 않는다”며 “그런데도 집안에 담배연기가 가득한 건 담장을 사이에 둔 옆집 탓”이라고 주장했다.

코핀저스는 “때로는 딸 아이 놀이방에 가득한 담배연기를 빼내느라 몇 시간 동안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집을 비워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레이는 “이건 내 집이다. 내 집에선 내가 원하는 걸 할 자유가 있다”고 코핀저스의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은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담벼락에 균열이 가 있고 그레이가 사는 집의 굴뚝이 낡아 부식된 걸 확인했다. 이에 워싱턴DC 항소법원의 로나 리 벡 판사는 당장 그레이에게 집안 내 흡연을 금지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그레이는 담벼락과 굴뚝을 수리하든지 아니면 담배를 피울 때 마다 집 밖으로 나가 흡연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미국에선 이처럼 이웃간 담배연기 갈등이 법정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날로 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1년 뉴욕 맨해튼 호화주택가에서는 옆집에서 날아오는 담배연기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2백만달러(22억5380만원)를 물어내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이 소송은 옆집에서 담배연기를 맡을 때 마다 담배 핀 이웃이 2000달러(약225만원)를 물기로 합의하고 취하됐다.

2013년엔 LA 오렌지카운티에서 간접흡연 피해를 입은 이웃에게 1만5000달러(1690만원)를 지급하라는 판결도 있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