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10차고위급 회의- 외교장관회의 거쳐 정상회담 가는 첫단추

입력 2015-03-11 16:53
과거사 및 영토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한·중·일이 10개월 만에 3국 고위급회의를 개최했다. 이달 하순 열릴 예정인 3국 외교장관회의의 전초전 성격이었지만, 한·중·일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였다.

한·중·일은 2008년 정상회담 연례화에 합의한 뒤 3국 협력사무국을 서울에 설치했으며, 2012년까지 매년 정상회담을 열어왔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우경화 행보가 본격화되자, 한·중이 반발하며 2013년과 지난해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결국 차관급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외교장관회의를 거쳐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첫 단추 맞추기’로 여겨진다.

우리 측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를 비롯해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 스기야마 신스케((杉山 晋輔)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등은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0차 한·중·일 고위급회의’에서 3국간 협력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앞서 3국은 지난해 9월 열린 9차 고위급회의에서 재난관리 환경 원자력안전 사이버안보 해양정책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세 사람은 자연스레 목전에 닥친 3국 외교장관회의의 구체적인 의제와 시기, 장소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3국이 개최키로 합의한 외교장관회의 역시 2012년 4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고위급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은 오는 21~22일 열릴 것으로 전해진 외교장관회의 의제로 제시될 예정이다. 외교장관회의가 열릴 경우 각국은 협력 의제보다는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구체적인 사안들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은 3국 정상회담 개최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 측은 아베 총리의 과거사 왜곡 발언 수위가 다소 누그러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거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들이 우리 뿐 아니라 중국의 관심사이기도 하다는 판단도 3국 정상회의 재개 추진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역시 한·중과 멀어진 정치적·경제적·외교적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다소 소극적인 편이다. 센카쿠열도(尖閣 列島·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의 영토문제 갈등이 여전히 격화돼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양국 정상이 대화테이블에 앉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중·일 사이에서 협상 매개자 역할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일 협력사무국 설치 당시의 취지를 되살려 경제·문화·인적 교류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과거사와 영토 문제는 양자 협의를 통해 풀어가자는 형태의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 정부는 3국 고위급회의에 앞서 한·중, 한·일 대표 간 양자 협의도 각각 진행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