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현교회 2015 목회자 부부 초청 위로회 현장

입력 2015-03-11 16:39 수정 2015-03-11 16:41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김정문알로에 제주농공장에서 ‘2015 목회자 부부 초청 위로회’에 참가한 미자립 교회 목회자 부부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산정현교회 제공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3월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던 지난 9일 오전 6시, 서울 김포공항에 가벼운 옷차림을 한 중년 남녀 38명이 모였다. 봄기운이 완연한 제주도에서 이날부터 2박3일간 진행되는 ‘2015 목회자 부부 초청 위로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서울 서초동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는 농어촌·수도권 미자립 교회 목회자 부부 19쌍을 위해 이번 위로회를 마련했다. 서울·경기·강원·전남·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목회자 부부들은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으로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1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한 이들은 아침식사를 한 뒤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참석자들은 1950~80년대 시대상을 재현한 조천읍의 한 테마파크부터 방문했다. 양은 도시락과 교복이 놓인 교실, 목공소와 주조장, 솜틀집이 늘어서 있어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길거리 등을 보며 부부들은 추억에 잠겼다. 이어 제주 조랑말 승마를 체험하고 일출랜드, 바이크 박물관 등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며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둘째 날인 10일 일정도 첫날처럼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목회자 부부들은 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광지를 탐방하고 토속 음식을 먹으며 제주도의 풍광을 즐겼다. 첫날 일정에 앞서 기도를 드리고 김관선 목사의 안내 겸 설교말씀을 들은 뒤로는 예배나 강연도 없었다.

교회 관계자는 “위로회를 마련한 목적이 ‘농어촌·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의 쉼’인지라 예배나 세미나 등은 일정에 전혀 넣지 않았다”며 “사역 현장에 매여 오랜만에 부부 동반 여행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오후 6시 이후 시간은 각자의 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부부들은 모처럼 여유롭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강원도 원주시 반공동에서 목회하는 이수재(43) 행복한우리교회 목사는 “사역과 세 자녀 육아 때문에 여행할 기회가 없었는데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참 좋다”며 “10여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신혼여행을 온 기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광주광역시 방림동에서 목회하는 국승택(51) 목사는 “간혹 교회 행사가 있어 밖으로 나가도 성도들을 챙기느라 관광을 즐겨본 기억이 없는데 이번엔 아무런 걱정 없이 진짜로 쉬는 느낌”이라며 “재충전한 것을 계기로 사역에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

농어촌과 수도권 미자립 교회의 사정을 알아주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된다고 한 이도 있었다. 서울 미아동에서 군 선교 사역을 하는 최옥희(58) 비전교회 사모는 “일정 내내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가 하는 사역을 아시고 위로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농어촌과 수도권의 미자립 교회 사정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해 준 교회와 성도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산정현교회는 10년째 농어촌 교회 목회자를 초청해 서울과 제주 등지에서 위로행사를 열고 있다. 김 목사 부부도 동행해 이들 목회자 부부의 애환을 들었다. 김 목사는 “농어촌·미자립 교회에서 목회하며 현실적으로 답답한 일들이 많겠지만 삶의 염려 때문에 하나님의 축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며 “‘의인의 후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했다’는 성경말씀을 믿고 주님을 잘 섬기며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제주=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