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으로 여행을 간 한국인 여성이 스쿠버다이빙 강습 도중 현지인 강사로부터 노골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피해 여성은 깊은 바다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끔찍한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정작 스쿠버다이빙 업체를 알선한 국내 여행사가 ‘현지에 직접 문제를 제기해 해결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현지인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 피해 여성은 “성추행 사실이 없다면 내가 어떻게 그 강사가 속옷을 입지 않았는지를 알겠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37·여)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H투어를 통해 지난 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사이판 여행을 떠났다가 현지인 스쿠버다이빙 강사 B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귀국 하루전날인 8일 발생했다. A씨는 “H투어가 옵션으로 제시한 스쿠버다이빙 체험을 남편과 함께 1인당 100달러에 참여했다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B씨와 단 둘이 물 속에 들어가면서 사달이 났다. A씨에 따르면 A씨 남편은 사전 강습도중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 속에 들어가지 못했다.
A씨는 “줄을 잡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데 B씨가 자꾸 엉덩이와 허벅지, 중요 부위를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처음엔 부력 때문에 그런 줄 알았는데 바다 속 땅에 발을 딛자 B씨가 내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B씨의 성추행은 노골적이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A씨의 얼굴에 혀를 갖다 댔고 가슴과 중요부위 등에 자신의 몸을 비비기도 했다. 또 A씨의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수영복 안에 넣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수영복 안에 속옷을 입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15m 정도 깊이의 물 속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순간 수치심보다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밀려왔다”면서 “계속 올라가자고 호소했지만 B씨는 성추행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A씨가 먼저 줄을 잡고 올라가는 시늉을 하자 B씨는 마지못해 따라 올라왔다. B씨의 성추행은 올라오는 도중에도 계속됐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물 밖으로 나와서야 수치심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물 속에서는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더 극심했다는 것이다. 또 스쿠버다이빙 체험 해변이 한적한 곳이어서 성추행 사실을 밝히면 B씨가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A씨는 밀려드는 공포와 수치심 때문에 현장에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A씨는 “B씨가 뒤늦게 잘못했다고 생각했는지 입 모양과 손으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시늉을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안절부절 못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고 전했다.
호텔로 돌아온 뒤 A씨는 가이드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현지 대사관에 연락을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이드는 A씨에게 체험비와 가이드비만 환불해준 뒤 ‘성추행을 입증하기 힘들고 내일 귀국해야 하니 대사관에 연락할 수 없다’고 알렸다고 A씨는 전했다.
이튿날 귀국한 A씨는 지난 10일 H투어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여행사가 마련한 공식 일정 도중 성추행 피해를 입은 만큼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실제 H투어가 패키지 여행자들에게 공표한 일정표에는 스쿠버다이빙이 13개의 선택 관광 중 하나로 제시돼 있다. 또 ‘선택 관광 하루 전 오후 5시 이후 취소하면 취소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A씨는 “여행사 담당자와 통화했는데 저보고 직접 ‘현지 업체에 직접 연락해 해결하라’고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H투어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B씨가 성추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데다 경찰에 신고하자는 현지 가이드의 권유를 A씨가 거절했다는 것이다.
H투어 관계자는 “현지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강하게 성추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현지 업체도 강사가 성실한 사람이라고 해 우리로선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또 현지 가이드가 경찰에 신고하자고 권유했는데 A씨가 남편도 있고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거절했다고 하니 이제 와서 A씨 주장만 듣기도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도 A씨가 거짓 주장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면서 “어쨌든 고객편에 서서 어떻게 적정 수준으로 보상할 것인지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억울하고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B씨가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겠느냐”면서 “가이드가 경찰 신고를 권유한 적도 없다. 난 돈을 바라지 않는다. 사이판에 다시 가서라도 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한 뒤 H투어에게 다시 책임을 묻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기사가 나간 뒤 H투어의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됐던 일정표는 삭제됐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단독] “물속서 마구 만졌다” 한국女 사이판 스쿠버다이빙 성추행 호소
입력 2015-03-11 16:30 수정 2015-03-11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