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에서 에코 조금만 빼주시고요. 흠흠. 새로운 콘셉트의 쎄시봉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전국 투어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레퍼토리 가운데서 연습 절대 안 해도 되는 ‘골든 레퍼토리’, 코튼 필즈(Cotton fields)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출연료 없는 거 알죠.”
MC 이상벽(68)이 재치 있는 멘트로 말문을 열자 가수 조영남(70), 윤형주(68), 김세환(67)이 기타 줄을 튕겼다. 한 순간에 50년 전 청춘으로 돌아간 네 사람은 고운 하모니를 선보였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열린 ‘2015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 기자간담회에 모인 네 사람은 1960년대 말 서울 중구 무교동에 있던 음악감상실 ‘쎄시봉’ 무대의 뒷이야기와 당시 불렀던 노래를 선보이며 50년 지기로서의 막강 호흡을 발휘했다. 지난해까지 공연이나 방송 활동을 함께 해왔던 송창식(69)은 올해 독자적으로 활동을 하기 위해 잠시 쉬기로 했고 그 자리를 조영남이 바통터치 했다.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매개로 모이게 된 이들은 현역 가수로서는 최고령으로 꼽히지만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오는 14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공연을 시작으로 다음달 18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홀 D, 5월 23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등 총 9개 도시에서 팬들과 만난다.
투어 공연에서는 각자의 히트곡 ‘딜라일라’ ‘비의 나그네’ ‘사랑하는 마음’ 등과 함께 올드팝, 가곡 등을 부를 예정이다. 윤형주는 “가족 단위 관객들을 위해 아이돌 가수의 음악도 레퍼토리에 넣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쎄시봉’에 OST로 등장한 곡 ‘백일몽’의 라이브 버전도 공연장에서 처음 공개된다. ‘백일몽’은 영화 속 출연 배우들이 미국 민요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에 새로운 가사를 넣어 선보였는데 이번에 멤버들이 처음으로 이 곡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네 사람 모두 영화 속 ‘쎄시봉’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조영남은 “우리나라 다른 음악영화와 비교해 보면 최고로 잘 만든 것 같다”며 “감동적으로 봤다”고 치켜세웠다. 멤버들은 출연 배우와 자신의 외모가 가장 비슷했다며 티격태격 귀여운 다툼도 벌였다.
중년층의 향수를 자극한 ‘쎄시봉’의 음악은 젊은이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윤형주는 “부모 세대 음악을 이해하지 못했던 자녀들이 공연장에 함께 와 부모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며 “감동을 드릴 수 있는 노래를 아직까지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진짜 ‘쎄시봉’이 뜬다… 9개 도시 전국투어공연
입력 2015-03-11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