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없는 한국은 그저 호구?”… 평창 쥐고 흔드는 ‘북미의 큰손’ 논란

입력 2015-03-11 15:21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출전을 앞두고 훈련 중인 김연아 / 국민일보 DB

‘동계올림픽의 꽃’ 피겨스케이팅이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는 아침에 치러질 위기에 놓였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중을 동원할 수 있는 저녁이 아닌 아침으로 시간을 옮기려는 움직임에는 김연아(25)의 은퇴 이후로 스타를 발굴하지 못한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의 좁아진 입지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11일 피겨스케이팅 커뮤니티사이트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의 모든 경기시간을 오전 10시로 옮기는 방안이 강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KBS 보도가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KBS는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배후에 미국 NBC 방송이 있다고 주장했다.

NBC는 올림픽의 ‘큰손’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부터 2020 도쿄하계올림픽까지 4개 대회의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4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우리나라에서 오전 10시는 미국 서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날 오후 6시, 동부인 뉴욕에서 전날 오후 9시다. 모두 시청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황금시간대다.

피겨스케이팅은 아이스하키와 함께 동계올림픽 최대 인기종목이다. 특히 피겨스케이팅은 다른 종목들과 다르게 문화적 요소가 많아 마니아층이 뚜렷하다. 피겨스케이팅 갈라쇼는 동계올림픽의 공연 부문에서 개·폐막식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의 이벤트다.

북미의 저녁 방송을 위해 우리나라의 아침 경기를 유도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올림픽방송기구(OBS)는 회유책으로 우리나라의 주력종목인 쇼트트랙의 저녁시간 편성을 제안했다고 KBS는 전했다.

우리 네티즌들은 ‘제2의 김연아’를 발굴하지 못한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의 한계를 지적했다. 박소연(18), 김해진(18) 등 유망주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김연아의 공백을 채우기엔 부족하다. 김연아는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에서 유일무이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지난해 2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확하고 은퇴했다.

네티즌들은 “김연아가 없는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은 그저 ‘호구’에 불과했다. 우리를 얼마나 얕잡아보는지 증명한 사례다” “아침 경기에는 관중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텅 빈 관중석을 세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김연아가 은퇴한 순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경기시간 변경도 알고 보면 스스로 자초한 수모”라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