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기차의 수도로 거듭나다

입력 2015-03-11 15:16

관광의 섬 제주도가 대한민국 전기자동차의 수도로 거듭나고 있다.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 2015)’가 열리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전기차 판매회사들의 부스에는 11일 전기차 구입을 신청하는 주민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전기차 신청 접수처를 찾은 김준석(32)씨는 “디젤 SUV를 몰았는데, 하루 차량 운행거리가 30~40㎞ 정도”라며 “유지비 등 여러 조건들을 따져봤지만 전기차로 바꾸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팬션 사업을 벌이는 30대 중국인 2명도 전기차 구입을 신청할 정도로 제주에는 전기차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에 보급된 전기차는 공공용 184대를 포함해 852대로, 전국 전기차의 28% 수준이다. 제주도는 올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민간용 전기차 1488대를 포함해 2081대의 전기차를 대량 보급키로 하고, 주민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 보급이 완료되면 전국 전기차의 절반 정도가 제주도에서 운행되는 셈이다. 전기차 구입시 정부의 지원도 파격적이다. 승용차는 정부보조금 1500만원에 제주도 보조금 700만원을 더해 22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며, 600만원 상당의 충전기와 400만원의 세제 혜택은 별도다. 4000만~5000만원인 전기차를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일부 전기차 가격은 2000만원 이하다. 파격적인 지원과 월 5만원 안팎인 저렴한 유지비(전기료) 덕분에 지난해 전기차 도민 공모 경쟁률이 10대1이 넘었고, 올해 경쟁률은 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를 판매하는 각 자동차 업체들도 제주의 모든 영업망을 총동원해 전기차 판촉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가 전기차의 수도로 급부상한 것은 지리적 여건과 지방자치단체의 의지, 정부의 지원이 결합된 까닭이다. 제주도는 동서로 73㎞, 남북으로 41㎞다. 제주시청에서 서귀포시청 제1청사까지 38.1㎞에 불과하다. 해안도로를 이용하면 220㎞, 일주도로는 180㎞다.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은 주행거리와 충전소 등 인프라 시설 부족이다. 전기차의 평균 주행거리는 130㎞ 안팎인데, 제주에서는 큰 장애요인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제주특별자치도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속충전기 79대를 포함해 전기차 충전기 1016기가 제주 곳곳에 설치돼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내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도는 휴대전화 이동기지국을 설치하듯이 충전소를 촘촘히 건설할 수 있고, 주행거리 한계가 문제되지 않는다”며 “2017년까지 충전소를 40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SM3 Z.E를 판매하는 르노삼성 관계자는 “제주도민들은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며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차량 가격이 싸고 월 유지비가 5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전기차 열풍 이유를 설명했다. 전기차를 이용하는 제주도민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지난해 전기차 이용 도민 2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기차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53㎞로 일반 자동차와 큰 차이가 없었다. 전기차 만족도도 평균 4.08점(5점 만점)로 긍정적이었으며,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아는 사람에게 권하겠다’고 답했다. 원 지사는 “전기차를 써본 도민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제주도의 환경보호 기준을 앞으로 계속 강해질 것이고, 굳이 휘발유차를 쓸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제주도 운행 자동차 38만여대 대부분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카본 프리 아일랜드(탄소없는 섬) 2030’ 비전을 최근 발표했고, 장·단기 세부계획을 5월쯤 밝힐 예정이다.

지난 6일 시작돼 15일까지 열리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도 개장 5일 만에 4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전기자동차, 전기오토바이, 전기자전거 등은 물론이고 배터리, 충전기 인프라, 전기모터, 인버터, 전기자동차 관련 제품과 생산설비 등이 전시되고, 전기차를 직접 체험하는 시승회 등이 진행되고 있다. 기아차, BMW, 닛산, 한국지엠 등은 물론 중국 자동차업체인 BYD, 위나, 상하이자동차, 중퉁자동차 등 4개사도 전기자동차를 전시하고 있다.

제주=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