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국제시장’보다 더 감동적인 58편의 드라마… ‘55세 고교 동기들의 58가지 인생 이야기’

입력 2015-03-11 10:25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6년이 지난 55세 남자들의 인생에는 추억이 참 많다. 베이붐 세대의 막내이면서 ‘86세대’의 맏형쯤 된다.

고교 졸업 때까지 대통령은 항상 박정희였으며,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월남파병군가와 새마을노래를 부르며 자랐다. 대학 1학년 때 10·26을 경험했고, 이듬해 ‘서울의 봄’과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었다. 대개는 5공화국 때 군역을 마쳤으며, 민주화의 주역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30대 후반에 IMF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지만 대부분은 아직 마지막 사회생활을 불태우고 있다. 물론 ‘명퇴’를 당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도 적지 않다.

대구 대건고등학교 동기동창 58명이 각자 걸어온 인생여정을 묶어 수필집을 냈다. ‘55세 고교 동기들의 58가지 인생 이야기.’ 미사여구보다 솔직한 고백에 승부를 걸었단다. 3부로 나뉜 책의 1부는 가족들 이야기다. 부자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노름꾼 아버지도 있다. 아버지 세대를 그리면서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이야기 마다 진한 감동이 다가온다.

2부는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다. IT업계나 건설현장, 의사나 법조인 등 여러 직업인으로 살아온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3부는 친구 이야기다. 영화 ‘친구’보다 더 우직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책을 편집한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도 이들의 친구다. 그는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친구들의 글을 읽고 편집하면서 많이도 울었다. 문학평론 한답시고 제법 많은 글들을 읽었지만 집중적으로 이렇게 격한 감동을 받기는 처음이다. 세련된 문학작품은 아니어도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심이 나의 누선을 자극했다.” 하 대표는 “영화 ‘국제시장’ 보다 더 감동적인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했다.

58편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글의 제목을 나열해봤다. 아버지의 화투, 아버지의 눈물, 나의 별 삼총사, 눈물 많은 남자, 선생님의 가정방문, 우리는 짐승처럼 일했다, 나는 치과의사다, 이 일병의 사법시험 합격기, 젊은 날의 노트, 바다를 사랑하는 산골 촌놈 이야기, 친구가 있어 인생이 즐거웠다, 내 가슴에 특별한 친구…(도서출판 휴먼앤북스 刊, 332쪽, 1만3500원).

성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