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퇴직금만 반대한 사외이사들

입력 2015-03-11 09:02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의 무원칙한 이사회 운영이 논란을 빚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월 열린 이사회에서 사측이 제시한 다른 모든 안건에 찬성 의견을 내면서, 유독 '특별퇴직금 지급' 안건에 대해서만 보류 의견을 냈다.

특별한 사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하는 임원에게는 특별퇴직금이 지급되는데, 이번 퇴직금은 지난해 사외이사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정병기 전 국민은행 감사에게 지급될 것이었다.

KB금융지주 임영록 전 회장은 지난해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얻어 국민은행의 주 전산장비를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바꾸는 방안을 밀어붙였는데, 이에 반대하는 이건호 전 행장과 심각한 갈등을 겪어 'KB 내분 사태'가 일어났다. 정 전 감사는 이 과정에서 유닉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산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밝혀내 금융당국에 보고했으며, 결국 사외이사들은 당국에서 징계를 받았다.

특별퇴직금 지급 보류 결정 후 사외이사들은 "특별히 반대한다기보다 조금 더 검토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밝혔으나, 지난달과 이달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 안건은 논의되지 않아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 됐다. 이는 명백한 '이중잣대'의 적용이라는 비판이 국민은행 안팎에서 나온다.

KB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최고 등급의 평가를 내렸다는 것은 'KB 사태가 경영상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는 뜻인데, KB 사태의 다른 당사자인 정 전 감사에게는 퇴직금마저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