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간 美 당파정치… 공화의원들 “행정부 협약 폐기될 수 있다” 이란에 경고서한

입력 2015-03-10 20:41

“장래 미국 대통령은 어떤 약속(deal)도 한순간에 뒤집어 버릴 수 있다.” 미 상원 군사위 소속 톰 코튼(아칸소) 상원의원을 비롯한 47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9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 이란 지도자들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의 일부이다. 미국을 비롯한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이란과 벌이고 있는 핵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후에 폐기될 수 있다”고 이란 측에 경고한 것이다.

이들은 서한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7년 1월에 물러나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다. 아마 수십 년 더 남아 있을 수도 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이란 간의 어떤 협상도 미 의회의 승인 없이는 펜으로 서명한 양국 간의 단순한 ‘행정 협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다음 대통령이 그 행정 협약을 철회할 수도 있고 향후의 새 의회가 언제든 협정 조건을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과 외교 협정을 추진할 권한은 행정부에 있다. 물론 협정이 영속적으로 법적인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의회의 비준이 필요하지만 협상 진행 중에 의회가 이처럼 ‘개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정당 간 반목이 심하더라도 이는 내정(內政)에 국한될 뿐 대외 문제에서는 통일된 모습을 보여 온 미국 정치 전통에 어긋난다. 특히 이란과의 핵 협상은 미국 뿐 아니라 5개국 외국 정부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다.

한 서방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이 같은 움직임은 전례가 없다”며 “이는 100% 미국 내 이슈지만 분명히 진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격분했다.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에게 힘을 실어주고, 우리 군통수권자의 힘은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 이란 강경파 간 ‘특이한 연합’이라고 공격했다.

이 서한에는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물론 차기 대선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랜드 폴(켄터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도 참여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