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중국 각지에서는 반(反)스모그 집회가 열렸습니다. 중국 언론에는 보도가 되지 않았습니다. 홍콩 명보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스모그 위험에 관심이 많은 엄마’는 “8일 전국 각지의 정부 건물 앞에서 마스크 집회를 열자”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습니다. 실제 ‘여성의 날’이었던 8일 시안시에 위치한 산시(陝西)성 정부 청사 입구와 카이위안 쇼핑센터, 도심 광장 곳곳에서 약 10여명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스모그에 반대하는 시위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 ‘스모그 퇴치는 정부 책임이다’ ‘스모그 암을 유발하고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안 뿐만 아닙니다. 같은 날 장시성 닝두, 쓰촨성 러산, 광둥성 둥관 등에서도 반 스모그 집회가 열렸고 네티즌들은 온라인에 인증샷을 올렸습니다. 물론 얼마 안 있어 모두 삭제됐습니다. 시위 중에 두 명이 ‘비방죄’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집회는 CCTV 전 여성 앵커 차이징(柴靜)의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穹頂之下)’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첫 딸이 악성 종양에 걸린 것이 스모그 때문이라는 확신을 가진 차이징은 자비를 들여 다큐를 만들고 지난 달 28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이틀 만에 조회수가 2억뷰를 돌파하는 등 엄청난 관심을 끌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스모그 퇴치’ 특명을 받고 새 환경부장에 임명된 천지닝 전 칭화대 총장도 차이징에 감사의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언론의 관심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차이징의 인터뷰까지 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일을 전후해 중국 내 주요 동영상 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문제의 다큐와 관련 기사들이 삭제됐습니다. 공산당 선전부는 3월 들어 전국 보도기관에 대해 작품 관련 보도를 금지하는 통보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 후 베이징에서 개최 중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 규제가 정식으로 결정됐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파문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여론은 “스모그의 책임은 바로 정부에 있고 그 책임은 정부가 져야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8일 열렸던 자발적 시위처럼 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을 우려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시위는 열렸습니다. 여론을 아무리 통제하고 삭제해도 정부에 대한 불만과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고 싶어 하는 열망을 없애지 못합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스모그 다큐는 막아도 시위는 열렸다
입력 2015-03-10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