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0일 최근 통과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원안에서 상당히 후퇴된 것이라고 비판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투명한 사회 만들기’라는 법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는 의미였다. 다만 새누리당은 향후 보완 필요성에 무게를 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스탠스로 온도차를 보였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김 전 위원장의 의견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앞으로 국회에서 필요하다면 보완하는 과정에서 잘 참고하겠다”면서 “김 전 위원장이 법의 적용대상이 민간분야로 확대된 데 대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국회의 뜻을 존중한 것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민간 영역까지 법 적용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했다는 비판 여론이 부담스러웠던 새누리당 입장에선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김 전 위원장이 언론 자유가 침해되지 않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을 공직자 등의 배우자로 한정해 원안에서 물러난 입법이라는 지적과 관련,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김영란법 취지에 맞게 이 사회가 투명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 지적대로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어렵게 여야 합의를 이뤄낸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세상에 100% 만족스러운 법은 없다”면서 “(법 유예기간을) 1년 6개월로 넉넉히 둔 것도 시행령 등의 제정과정에서 명확한 부분을 명시하자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향후 김영란법 보완 조치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논의를 뒤로 미룬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부분에 집중될 전망이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에서 이와 관련해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등 위헌 소지를 보완할 방침이다.
원안에는 없던 법 적용 예외 대상을 규정했다는 김 전 위원장의 지적이 보완 과정에 반영될지도 관심사다.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등 공공성을 갖는 민간 영역까지 법 적용 대상을 넓힌 마당에 정작 공공 영역을 법 적용 대상에서 빼 입법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 등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한 비판이다.
여야는 김 전 위원장이 “자칫 잘못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브로커처럼 활용할 수 있는, 브로커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껄끄러워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자신의 활동 폭을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여야, 김영란 발언에 온도차
입력 2015-03-10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