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기대와 함께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 법이 이 자리까지 온 건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도 국회를 거치며 중요한 부분이 빠진 ‘반쪽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10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안에 있던 부정청탁금지·금품수수금지·이해충돌방지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한 가지가 빠졌다. 반쪽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빠진 한 가지’는 공직자가 가족·친족 등의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등 사익 추구 행위를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다. 이와 함께 100만원 이하 금품을 수수하거나 가족이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관련성을 입증토록 한 부분, 가족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한 부분, 부정청탁 개념을 축소한 부분 등을 열거하며 “원안에서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또 ‘선출직 공직자의 제3자 고충민원 전달’을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한 조항이 갖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자칫 잘못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브로커처럼 활용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한 부분은 위헌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민간영역인 언론인 등을 포함시켜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 69.8%가 이들을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과잉입법이나 비례원칙 위배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민주적 가치이자 필수적 자유인 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전 통보 등의 절차를 갖추는 보완책을 깊이 고려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 문화를 바꾸는 법인데 국회에서 통과됐다. 국민 스스로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걸 자각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공짜 밥은 없다. 공직자가 ‘공짜 돈봉투’를 받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이 법은 쉽게 말해 더치페이(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것)법”이라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김영란이 말하는 김영란법] ˝기적같은 일이지만 반쪽짜리 법안˝
입력 2015-03-10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