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미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인 ‘셀마행진'의 50주년 행사 사진을 보도하면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모습을 편집해 구설에 올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NYT는 8일자 1면 머리기사로 전날 열린 셀마행진 50주년 기념행사 소식을 전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에 둔 행진 사진을 실었다.
오바마 대통령 옆으로 6∼7명이 사이에 설 수 있는 간격을 두고 부시 전 대통령 내외가 함께 행진했지만 이 사진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 보수 진영에서는 진보 성향의 NYT가 편견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이 빠진 사진을 실었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온라인 매체 ‘데일리 콜러'는 “NYT는 이상하게도 1면 기사에서 행진 첫 줄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는 사진을 골라 부시를 잘라냈다”고 지적했다.
다른 매체 ‘뉴스버스터스'도 “NYT 편집자가 부시 내외를 잘라낸 게 좋은 생각이라고 보는 편집자가 있는지 물어보고 다니면 좋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트위터에서도 보수 성향의 이용자들이 ‘진보 언론의 야비한 편견'이라고 공격했다.
NYT가 글 기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빼먹은 건 아니다. NYT는 부시 전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를 쳤으며 둘이 서로 포옹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이 같은 행사를 보도한 사진을 보면 원거리 촬영으로 오바마와 부시를 한 컷에 담은 사진도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비중을 감안해 부시 전 대통령을 자른 사진도 여럿이다. 오바마 쪽에 가까운 로라 부시 여사만 남기고 부시 전 대통령은 잘라낸 사진도 있다.
이번 행진은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50년 전인 1965년 흑인의 참정권 획득을 위해 앨라배마 주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87㎞를 걸어간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경찰이 킹 목사 행렬을 무자비하게 진압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美 뉴욕타임스, ‘셀마행진’ 50주년 행사 사진에 오바마는 넣고 부시는 쏙 빼
입력 2015-03-10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