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에 대한 엄청난 저항세력은 사실 ‘우리 안의 부패심리’입니다. 관행적으로 일만 생기면 청탁전화 1통, 돈봉투 1장을 챙기던 우리들 자신의 부패한 습관이 바로 그것입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다산관 101호를 가득 메운 기자 60여명 앞에 섰다.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금지법)의 최초 설계자로서 입장과 소회 등을 밝히는 자리였다.
김 전 위원장은 국회통과를 기적 같은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김영란법의 가장 큰 적은 우리들 자신이라고 지목했다. 100만원 초과 금품 수수 시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처벌하는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엔 ‘공짜는 없다’는 말로 받아쳤다. 그는 “세상에 공짜 밥은 없다. 공짜가 있다면 순수한 불우이웃 돕기를 위한 자선·기부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이 법은 더치 페이(Dutch pay·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것)법”이라고 말했다.
또 공직자 처벌에 목적을 둔 법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공직자에게 청탁전화를 하거나 돈봉투를 가져다주면 그 사람도 처벌 받으니 이제 그런 생각을 버리세요’하는 법이다. 거절과 사양의 명분이 되어주는 법이다. 그러니 처벌법이 아니라 공직자 보호법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발목을 잡는다는 우려도 반박했다. 그는 “부패는 불공정과 불평등을 낳았다”며 “반부패는 큰 그림에서 경제도약을 가져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치권의 보완입법 논의를 의식한 듯 “시행도 해보기 전에 개정·수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시행하면서 부패문화를 바꿔보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보다 강화된 조치를 추가하는 것인 순리”라고 덧붙였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김영란 “세상에 공짜없다… 이 법은 더치페이법”
입력 2015-03-10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