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림이법’ 시행 한달여 밖에 안됐는데… 또 통학버스에 어린이 치여 숨져

입력 2015-03-10 15:35

경기도 광주에서 또 4살 어린이가 통학버스에 치여 숨졌다. 2013년 세림(당시 3세)이가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뒤 이른바 ‘세림이 법’이 만들어져 올해 1월말부터 시행됐지만 어른들의 부주의를 막지는 못했다. 어린이집 인솔 교사와 운전사가 한번만 더 아이를 확인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이 어린 생명을 앗아간 셈이다.

10일 오전 10시 13분쯤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이모(4)군이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해당 어린이집 주변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통학버스 운전사 김모(39)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이 군을 포함 원생 19명과 인솔교사 1명 등 20명을 태우고 어린이집 앞에 도착했다.

교사는 다른 아이들을 어린이집 안으로 인솔해 들어갔으나 어떤 이유인지 이 군만 남아 버스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어 오전 10시 6분쯤 김씨는 원생들이 모두 어린이집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버스를 출발시키면서 버스 앞에 있던 이 군을 치었다. 김씨는 버스를 멈추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버스 운전석이 높아 아이가 버스 앞에 있는 것을 몰랐다. 사고를 낸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에 치인 이 군은 행인이 발견할 때까지 무려 7분간 도로에 방치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뺑소니 사건으로 알고 현장에 출동했다”며 “어린이집도 행인의 신고 전까지 이 군이 사고를 당한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어린이집 인솔교사의 과실 여부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고는 인솔 교사와 통학버스 운전자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인솔 교사는 차량에 함께 탔던 이 군이 없는데도 나머지 아이들만 데리고 어린이집에 들어가 버렸다. 타고 내릴때 아이들 숫자만 제대로 파악했어도 이 군이 혼자남아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운전 기사 김씨도 차량을 출발하기 전에 차량 주변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있는지 한번만 확인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이 군이 차량 앞을 지나고 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부주의 때문에 어린 생명이 숨졌다. 세림이 법이 시행됐지만 어른들의 철저한 안전의식이 없이는 어린이들의 안전은 늘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 양이 통학버스에 치여 숨졌고, 앞서 같은해 2월에는 7세 어린이가 태권도장 통학차량에 옷이 끼여 끌려가다 숨졌다. 이후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을 강화하는 세림이법 입법이 추진돼 지난 1월 29일부터 시행됐다. 세림이법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차량은 반드시 관할경찰서에 신고해야하고, 운전자 외에 성인 보호자 1명이 동승해 어린이의 승하차 안전을 확인해 한다. 운전자는 승차한 어린이가 안전띠를 맸는지 확인한뒤 출발해야 한다. 또 어린이집 운영자와 운전자의 안전교육을 강화해 미 이수시 과태료 8만원을 부과토록했다.

광주=강희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