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 된 재기’ 자살사이트 커플 숨진 채 발견… 네티즌 애도 물결

입력 2015-03-10 10:44

자살을 결심한 30대 남녀가 ‘재기’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안양 동안경찰서는 숨진 A씨(37)와 B씨(38·여)의 사망을 자살로 추정한다고 10일 밝혔다. 국과수로부터 정확한 사인은 전달받지 않았지만 일산화탄소에 질식 돼 숨진 것으로 확인된 것. 경찰은 “재기를 꿈꾸고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이들의 사연이 안타깝다”고 발표했다.

A씨는 최근 재발한 암 치료비 때문에 금전적으로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남편의 잦은 도박으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이들은 2개월 전 자살 사이트를 기웃거리게 됐다. 자신의 힘든 처지를 털어놓으며 자살을 결심했다. 하지만 이네 서로를 다독이며 삶의 희망을 찾은 듯 했다. 이들은 “열심히 살아보자”며 새로운 삶을 다짐했다.

자살사이트에서 움튼 재기의 노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살아보려고 이를 악문지 두달만인 지난달 26일 오후 A씨와 B씨, B씨의 세 살배기 딸은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방 안에는 불에 타고 남은 번개탄 2장과 편지지 1량 분량의 유서가 놓여있었다. 유서에는 A씨와 B씨가 차례로 절반씩 쓴 것으로 추정되는 “먼저 가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열심히 잘 살아보려 했지만 잘 안됐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10일 인터넷에는 이들에 대한 애도가 이어졌다. “가난한 사람은 암 같은 무서운 병에 걸리면 엄청난 치료비 때문에 더더욱 목이 죄어오는 느낌일 것”이라며 “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보는 나라” “벼랑 끝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