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천재에서 저니맨으로… 박주영의 잃어버린 7년

입력 2015-03-10 09:39
국민일보 DB

박주영(30)이 프로축구 K리그로 복귀한다. 행선지는 7년 전에 떠났던 FC 서울이다.

서울은 10일 박주영과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절차는 마무리 단계만 남았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연령과 계약기간을 감안하면 박주영은 이번 행선지를 프로축구 인생의 종착지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 박주영은 “K리그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영은 서울에서 프로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2005년 서울에서 프로로 입문했다. 이청용(27·크리스탈팰리스),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함께 서울의 ‘황금세대’를 구성했다.

시작은 화려했다. 박주영은 데뷔시즌 30경기에서 18골을 넣었다. 두 경기마다 한 골 이상을 넣었던 셈이다. 만장일치로 최우수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축구천재’로 불렸다. 2008년까지 91경기에서 33득점 9도움을 기록했다.

박주영은 우리나라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이 작지 않았다. 원톱 스트라이커에게 화력을 집중하는 한국식 전술에서 박주영은 가장 적합한 ‘타깃 맨’이었다. 2006 독일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대표팀의 공격수로 뛰었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이끌었다.

우리나라 대표팀과 프로팀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해외파’로서는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번번이 팀을 옮기는 ‘저니맨’으로 전락했다. 2008년 9월 프랑스 AS 모나코, 2011년 8월 잉글랜드 아스날, 2012년 9월 스페인 셀타 비고, 2014년 6월 잉글랜드 2부 리그 왓포드, 같은 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 등 여러 구단을 떠돌았지만 정착하진 못했다. 임대와 복귀, 사실상 방출에 가까운 이적을 반복하면서 수모를 당했다.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득점 감각까지 떨어진 박주영은 지금 우리 대표팀을 지휘하는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박주영은 대표팀에 없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