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서금회(서강금융인회)의 탐욕이 은행권을 멍들게 하고 있다. 서금회 출신이 행장을 맡은 우리은행이 서금회 출신 사외이사를 들이려 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본분이 최고경영자(CEO)를 견제·감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금융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정한기 호서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홍일화 여성신문 우먼앤피플 상임고문,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등 4명을 선임했다.
NH투자증권 상무, 유진자산운용 사장 등을 지낸 정한기 교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같은 서금회 출신이다. 정 교수는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공천 신청을 했으며, 대선 때는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다.
홍일화 고문은 1971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시작해 한나라당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 부위원장 등 당의 요직을 두루 맡으며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정피아' 인사다. 지난해 6월 산업은행 사외이사를 맡아 오늘 6월 임기를 마치게 되나, 임기 종료 전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로 재빨리 '갈아타기'하는 데 성공했다.
천혜숙 교수의 경우 정치권 출신은 아니지만, 남편이 이승훈 청주시장(새누리당)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경력이 없는 정수경 변호사를 은행 전반의 부실과 비리를 감시할 상임감사로 선임해 정피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정 감사는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순번을 받았다.
업계 안팎에선 정치권과 사조직의 전횡이 한국 금융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적폐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권을 잇따라 질타하고 있지만, 고위급 인사를 좌지우지하면서 경영에 간섭해 온 정부와 금융당국의 행태가 금융 경쟁력을 떨어뜨린 주범이라는 비판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정치권 서금회 자리 욕심에 멍든 우리은행
입력 2015-03-10 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