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넴초프 살해 사건 용의자 7명으로 늘어

입력 2015-03-09 23:53

러시아의 유력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5) 살해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인물이 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인터넷 통신 ‘로스발트'는 9일(현지시간)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러시아 남부 체첸 공화국 수도 그로즈니에서 2명의 용의자가 추가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용의자들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수사당국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심문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최근 (넴초프 살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자우르 다다예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던 중 2명이 추가로 혐의망에 들어왔다”면서 “2명의 용의자 가운데 1명은 체첸 사법기관 고위 인사의 사촌”이라고 소개했다.

로스발트 통신은 이와 함께 다다예프가 조사 과정에서 넴초프가 이슬람을 모욕하는 발언을 해 그를 살해했다고 밝혔다고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또 다른 수사당국 관계자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체첸 내 내무군 ‘세베르'(북방) 대대 부대대장을 지낸 다다예프가 넴초프 살해를 기획하고 직접 그에게 총을 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다다예프가 아직 적극적으로 진술을 하고 있진 않지만 지금까지의 진술로 미뤄 이같이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은 이와 함께 다다예프와 외국 세력과의 연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러시아 당국은 전날 넴초프 살해 용의자 5명을 구속하고 이 중 2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5명은 모두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 출신으로 이 가운데 다다예프와 안조르 구바셰프가 살인죄로 기소됐고 공범으로 지목된 나머지 3명은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3명은 안조르의 동생 샤기트 구바셰프와 람차트 바하예프, 타메를란 에스케르하노프 등이라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다다예프는 범행 사실을 자백했으나 나머지 용의자들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용의자로 지목됐던 체첸 주민 베슬란 샤바노프는 경찰의 체포 시도 과정에서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넴초프 살해 사건 용의자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용의자 및 피의자는 7명으로 늘어났다.

러시아 초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제1부총리를 지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서 야권의 반정부 운동을 이끈 넴초프는 지난달 27일 크렘린궁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모스크바 강 다리 위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러시아 야권은 크렘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으나 수사당국은 종교적 과격 세력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