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모랫골 마을의 주민계획가 유시열(66·주민계획가 대표)씨와 김미영(54·시흥시 은행동 통장)씨가 뉴타운 실패지역에서 기분 좋은 변화를 이끌면서 정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이들의 활동에서 도심재생에 대한 해법을 찾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9일 시흥시에 따르면 신천동과 은행동 일대에 자리 잡은 모랫골 마을은 경기도 맞춤형정비사업 지역으로 선정돼 2013년 10월부터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주민 스스로 마을을 일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민계획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계획가 제도는 주민들이 전문가 및 공무원 등과 함께 마을을 가꾸는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마을 주민계획가는 모두 12명이다. 모랫골 마을의 주민계획가들은 매주 1회 회의를 통해 모랫골 마을의 기본 구상 원칙을 세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본방향과 발전방향, 공공·민간·마을공동체 부문에서 어떻게 마을을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을은 뉴타운 포기 이후 ‘주민이 함께하는 마을’, ‘주민이 자율적으로 만드는 마을’, ‘모랫골 만의 특화된 마을’, ‘안전한 마을’을 기본 뼈대로 삼고 있다. 이 계획은 오는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주민공동이용시설인 마을허브센터를 개관했다. 기존 건물을 허물고 마을허브센터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주민계획가들의 역할이 컸다.
주민들은 “주민계획가 회의에서 가장 먼저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허브센터 1층을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2층은 주민 회의 등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민이 자율적으로 만드는 마을’이라는 취지를 살려 서점, 도서관, 공부방이 함께 있는 건물을 만들어 주민들이 직접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기로 했다.
‘모랫골 만의 특화된 마을’을 만들기 위해 가로 화단길과 텃밭을 조성하기로 했다. ‘안전한 마을’을 위해 CCTV를 설치하는 등 주민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민계획가 제도가 마을축제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마을주민들의 통행을 10년 이상 방해한 커다란 벽이 허물기 위해 주민계획가들이 1년 이상 반대주민들을 설득한 결과 벽이 해체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주민계획가 제도는 주민들이 마을의 주인이 돼 스스로 주거환경을 바꾸는 과정에서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획, 논의, 토론, 나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민 간의 참여와 화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좋은 건 주민들의 변화”라며 “‘마을에 좋은 일이, 나한테 좋은 일이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우리 마을을 변화시킬 계획을 세우다 보면 신바람이 난다”면서 “우리 마을을 일구는데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주민들도 많이 늘었고, 더 나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됐다”고 귀띔했다.
시 관계자는 “오는 11일 행정자치부 장관이 모랫골 마을을 방문해 뉴타운 포기이후 주민들이 중심이 돼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직접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흥=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도심재생 해법 찾는 ‘주민계획가’… 행자부 장관 시흥시 모랫골마을 현장 방문키로
입력 2015-03-09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