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합수단이 잡아오면 군사법원은 풀어주고… 제식구 감싸기

입력 2015-03-09 20:06

방위사업 비리로 구속된 현역 장교 5명 중 4명이 검찰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군사법원 허가를 받아 석방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사건으로 민간법원에서 ‘선처’된 예비역 군인이나 일반인은 한 명도 없다. 군의 ‘제 식구 감싸기’ 때문에 방위사업 비리의 발본색원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군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구속한 현역 장교 5명 가운데 4명이 군사법원에서 보석 또는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반면 예비역 군인이나 일반인 신분으로 민간법원에서 재판받는 12명 중에서 석방된 사람은 없다.

통영함·소해함 납품비리에 연루된 방위사업청 소속 황모 대령과 최모 중령은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보석으로 풀려났다. 야전 상의 납품 물량을 특정업체에 몰아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방사청 김모 대령도 지난 6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시험평가서를 조작, 특수전사령부가 북한군 소총에 관통되는 불량 방탄복을 입게 만든 박모 중령도 구속적부심을 거쳐 지난달 17일 석방됐다.

현재 구속 상태인 현역 군인은 불량 방탄복 비리로 박 중령과 함께 구속됐던 전모 대령 뿐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보석 결정으로 석방된 피고인들의 경우 군사법원이 심리한 결과 이미 범죄 사실에 대해 모두 자백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 하더라도 80%에 달하는 군사법원의 석방률은 민간 법원(0%)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군사법원이 현역 군인 피의자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수단 수사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일부 영관급 장교는 구속 수사를 받을 당시와 정반대로 다른 진술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군사법원의 석방 허가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도 있고, 향후 수사에 장애로 작용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했던 합수단은 보석허가취소 청구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