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양천구의 재활용선별장 안 공터에 높이 2.5m ‘쓰레기산’이 생겼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들은 악취를 뿜어냈다. 낮 최고기온이 10도까지 올라가자 빠르게 썩어 들어갔고 고약한 냄새는 바람을 타고 퍼졌다. 이 쓰레기산은 양천구가 받는 ‘벌칙’이었다.
9일 서울시와 양천구에 따르면 이 쓰레기는 양천구에서 닷새 동안 배출된 것이다. 500t이 넘는다. 원래는 매일 소각장으로 옮겨 태우거나 매립지에 묻는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지난 2일부터 닷새 동안 양천구 쓰레기의 자원회수시설 및 매립지 반입을 막았다. 오갈 데 없게 된 쓰레기가 양천구의 재활용선별장에서 닷새를 묵은 것이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서 배출하는 종량제 봉투의 약 20%를 무작위로 뜯어 검사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종량제 봉투에서 재활용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3%를 넘어서면 해당 자치구에 ‘최대 5일간 자원회수시설 및 수도권 매립지 반입 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분리수거 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충격 요법’이다. 이미 양천구는 두 차례 이를 어겼고, 지난달 25일 서울 25개 구 중 처음으로 반입제한이 확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른 자치구에도 같은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벌칙의 효과는 어땠을까. 양천구는 홍보전단 6만장을 뿌리고, 현수막 58개를 설치해 주민들에게 왜 벌을 받는지 알렸다. 그런데 정작 주민들은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벌칙대로라면 갈 곳이 사라진 쓰레기는 양천구 곳곳에서 주민들이 내놓은 상태 그대로 방치돼야 한다. 하지만 양천구는 임시방편으로 쓰레기를 모아 재활용선별장에 쌓아 뒀다. 거주지와 동떨어진 공터에 모여 있던 쓰레기는 6일 오후 11시 소각장으로 옮겨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양천구 주민들은 벌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9일 “평소처럼 쓰레기를 내놓으면 거둬갔기에 아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분리수거 제대로 안하면 이렇게 됩니다”
입력 2015-03-09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