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55)씨의 ‘북한 동조 발언’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남한에 김일성만한 지도자는 없다”고 한 데 이어 “우리나라는 반(半)식민지 사회고 북한은 자주정권”이라는 발언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0년 주한 일본대사에게 던졌던) 돌은 효과가 적어 칼을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9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리퍼트 대사 공격 이틀 후인 7일 경찰에서 “김일성은 20세기 민족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일제 하에 항일운동을 했고 38선 이북을 접수한 후 자기 국가를 건설해 잘 이끌어온 것을 봤을 때 20세기의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한에는 훌륭한 대통령이 있느냐는 경찰 질문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폐쇄적이다. 반면 북한은 더 민주적인 사회”라고 말하는 등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이런 발언은 범행 동기와 행적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경찰은 김씨에게 압수한 서적 중 30점을 감정한 결과 10여점의 이적성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김씨는 국보법 위반 혐의로는 아직 입건이 되지 않아 피혐의자 신분이다.
김씨는 리퍼트 대사에게 칼을 휘두른 데 대해 “돌보다 좀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돌’은 2010년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의 특별강연에서 단상을 향해 던졌던 시멘트 덩어리 2개를 의미한다. 다만 김씨는 “절제력을 잃어 범행했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진술을 볼 때 김씨가 최소 2회 이상 대사를 공격했고 위협적인 흉기를 일부러 선택하는 등 살해의 고의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리퍼트 테러 김기종 “우리나라는 반식민지 사회…북한은 자주정권”
입력 2015-03-09 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