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테러 이후] 김기종, 20년 전부터 반미주의자? 주체사상 논리도 차용

입력 2015-03-09 20:04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테러를 가한 김기종(55)씨가 20년 전부터 반미·친북 성향을 드러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1995년 숭실대 통일정책대학원에 ‘남한사회 통일문화운동의 과제’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민일보가 9일 이 논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김씨는 북한의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의 논리를 차용한 한편, 반미·반일 등 ‘외세 배척’ 필요성도 적극 강조했다.

논문은 향후 통일에 대비해 남북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려는 민족적 움직임을 다뤘다. 민족 개념을 규정하면서 김씨는 “사회적 관계로서 민족과 체제는 주체와 객체의 관계이며 생산양식에 따라 바뀌는 것이므로 주의나 주장, 사상과 체계를 뛰어넘는 운명공동체임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김씨 주장은 주체사상 논리와 일정부분 맥이 닿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3년 담화에서 국가와 민족을 “사회역사적으로 형성된 사람들의 공고한 결합체이며 운명공동체”로 규정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1982년 발표한 ‘주체사상에 대하여’란 논문에서 “주체사상은 사람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보면서 인간의 본질적 특성을 새롭게 밝혔다”며 “사람은 세계와 자기 운명의 주인이며 세계의 개조자, 자기 운명의 개척자”라고 했다.

이런 논리를 전제로 김씨는 우리 민족이 외세가 무분별하게 이식한 문화에 오염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과 왜곡에 이어 냉전체제 당사국인 미국과 소련으로부터 불순한 의도의 외래문화가 도입됐다”며 “분단시대를 끝내기 위한 노력들 가운데 문화를 통한 작업은 외세를 척결하고 서로에게 남아있는 앙금을 씻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1990년대 당시 급속도로 발전하던 서구 지향적인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격렬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해방 이후 서구의 문화예술이 물밀 듯이 몰려 들어오면서 파행적인 문화변동이 예견됐다”며 “서구의 미의식이 일방적으로 자리잡으면서 우리 민족의 감수성을 무국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