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제거 면역세포가 오히려 암 성장 돕는 배신의 메커니즘 규명"

입력 2015-03-09 11:08

원래 암세포를 제거해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면역세포가 어떻게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배신’을 하는지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언, 김효수 교수 연구팀은 암 조직내 대식세포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암세포를 자라게 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셀’ 자매지인 ‘셀 리포트’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PPAR(퍼옥시즘 증강제 활성화 수용체 델타)’라는 전사인자가 암세포에 의해 활성화되면 암세포 제거 임무를 띤 대식세포가 오히려 암세포 성장을 돕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대식세포의 PPARdelta를 차단하면 암세포 성장이 억제됨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PPARdelta 미발현 생쥐의 골수를 정상 생쥐에 이식하여 대식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PPARdelta가 발현되지 않는 생쥐(실험군)을 만들었다. 또 PPARdelta 발현 생쥐의 골수를 정상 생쥐에 이식해 대식세포에서도 PPARdelta가 발현되는 생쥐(대조군)을 만들었다.

그 후, 두 군에 폐암세포를 이식했다. 이식 2주째 암세포의 크기를 분석한 결과, PPARdelta가 없는 실험군에서는 107.94㎣인 반면, PPARdelta가 있는 대조군에서는 229.45 ㎣로 나타났다.

암세포의 무게도 실험군에서는 45mg인 반면, 대조군에서는 122.2mg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두 군의 암세포를 떼어내 조직검사를 한 결과, 혈관에 의해 영양과 산소공급이 되지 않을 때 생기는 세포 괴사 부위가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암세포의 혈관 밀집도를 분석한 결과,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암세포 내에 혈관이 더 적게 형성됐다.

이렇게 PPARdelta가 없는 경우에 암조직의 성장이 저해된다는 것은, 암조직의 성장에 PPARdelta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식세포가 암의 성장과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핵심신호 전달 체계를 밝히고, 이를 차단하면 암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암 치료에서 새로운 타깃을 발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암세포는 주변에 있는 정상 세포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빠르게 자라고 전이도 일으킨다. 이렇게 암세포를 돕는 핵심 세포 중 하나가 대식세포다.

정상적인 대식세포는 외부 침입 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암세포가 생겨도 이를 인지하고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암세포에 길들여지면 암세포의 생존과 이동, 영양 공급에 중요한 혈관 생성을 촉진시킨다.

대식세포가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저버리고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배신’을 일으키는 기전은, 암 치료의 새로운 타깃으로서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