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螺鈿)은 전통 목공예품의 꾸밈 기법 중 하나로, 무늬대로 오려 낸 자개를 기물(器物) 표면에 붙이거나 박아 넣는 방식을 말한다. 한반도에서 이 기법은 고려 초기에 등장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호림박물관 서울 강남 신사분관이 검은 옻칠 바탕에 새긴 자개의 영롱함을 선보이는 특별전을 기획한다.
오는 14일 개막하는 ‘조선의 나전-오색찬란’ 전에는 나전을 필두로 화려한 채색을 강조해 여성의 공예품으로 사랑받은 화각(華角), 바다거북의 등껍질과 상어 가죽으로 제작한 대모(玳瑁), 그리고 어피(魚皮)라는 프레임을 통해 조선시대 화려한 공예문화를 조명하고자 한다.
조선 후기 목공예품들이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호림박물관 소장품만이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숙명여자대학교박물관 등 다른 기관 소장품도 빌려온다.
전시는 '木(목) 나전을 입히다'와 '木 색을 더하다'의 두 가지로 구분한다. '木 나전을 입히다' 섹션에서는 사군자(四君子), 화조(花鳥), 길상문자(吉祥文字), 장생(長生), 산수인물(山水人物) 등으로 나전 문양을 섬세하게 장식함으로써 마치 한 편의 회화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작품들을 모은다. 전시 방식도 단순 진열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을 접목했다.
배치되는 공간에 따라 장식의 성격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안방은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는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밝고 화사한 색을 선호하고 이에 따라 나전 문양 또한 한층 화려한 느낌이 드는 것이 많았다. 반면 사대부 학문 공간인 사랑방에는 화려한 장식 공예품이 상대적으로 적다.
'木 색을 더하다' 섹션에서는 나전뿐만 아니라 화각, 대모, 어피 등 다양한 소재의 목공예품을 남성과 여성 생활용품으로 구분해 전시한다. 대모나 어피는 이색적인 장식기법이지만 이들은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는 나전 장식의 보조로 활용됐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자개가 빚어내는 영롱함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조선의 나전’ 특별전
입력 2015-03-08 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