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국보법 적용 가능할까… 회의적 시각도 만만찮아

입력 2015-03-06 21:13
경찰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의자 김기종(55)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한 데 이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광범위하게 뒤지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설치된 경찰 수사본부는 6일 김씨에게 살인미수, 외국사절폭행,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사전에 흉기를 준비했고 스스로 “열흘 전부터 계획했다”고 밝힌 점,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는 길이 24㎝의 과도를 이용한 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안면 부위를 공격해 깊은 상처를 낸 점, 공격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되풀이된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외국사절폭행은 공격 대상이 외교사절이어서, 업무방해는 민간단체의 행사장에서 범행을 저질러 추가로 적용됐다.

경찰은 김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도 함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범이나 배후세력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김씨의 과거 행적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는 1999년부터 2007년 사이 모두 7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다. 2011년 12월 서울 대한문 앞에서 김정일 분향소 설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김씨의 글이나 구호 등에서 드러나는 내용이 북한과 유사하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김씨는 2010년부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사건 당일 가져온 유인물에도 전시작전권 환수를 주장하는 내용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안수사팀과 합동으로 김씨의 행적과 이번 범죄의 관련성, 배후세력에 대해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보법 수사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북한을 여러 번 다녀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몰아가는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씨의 7차례 방북 중 6차례는 통일부 승인에 따른 개성 방문이고, 나머지 한 번은 금강산 관광이었다. 배후세력에 대해서도 김씨가 북한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등 수사를 확대할 만한 실마리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종로경찰서를 나서면서 “(북한과의 연계성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국보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특정 증거가 발견된 것이 아니고 ‘관련성’을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여러 행적, 활동 상황, 압수수색 결과물을 가지고 종합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보법을 적용한다기보다는 국보법도 검토하는 ‘다각적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