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리퍼트 대사에게 미안… 한미관계 악화 안되길"

입력 2015-03-06 21:07

“리퍼트 대사에게 미안하다. 이번 일로 한·미관계가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기종)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대사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기종(55)씨는 6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리퍼트 대사에게 미안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 변호를 맡은 황상현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심사가 끝난 후 “김씨는 ‘상처가 그렇게 깊을 줄 몰랐다’고 전했다”며 “살해 의도는 전혀 없었고 본인도 (살인 혐의 적용에) 당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칼은 이것도 한번 들고 가 보자는 생각에 가져간 것 뿐”이라며 “김씨는 예전에 분신을 해 수전증이 있고 손가락도 정상적이지 않아 살해할 능력은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해명하면서 감정이 격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김씨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조찬 모임 초청장을 받은 후 ‘미국이 왜 그러냐’고 대사에게 따질 생각으로 모임에 찾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이 발언할 기회가 없을 거 같아 충동적으로 과도를 휘둘렀다는 것이다. 범행에 쓰인 과도는 2년 동안 집에서 써온 것이고 특별히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변호인은 “내 뜻대로 안 되면 자해할 생각도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과도 이외에 커터칼도 소지한 부분에 대해서는 “평소 전단지를 나눠주니까 테이프를 자를 용도로 들고 다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워낙 사안이 중대해 필요에 따라서는 정신감정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씨는 이날 오후 3시20분쯤 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북한체제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과의 연계성을 묻는 질문에 “말도 안 된다”고 답했다. “북한체제에 동조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직된 자세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했다. 흰색 담요로 하반신을 가렸고, 범행 당일과 같은 개량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취재진이 다가가자 몸이 아픈 것처럼 인상을 썼다. “살해의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저었고, 질문이 이어지자 “지금 몸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가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후 입구에선 김씨를 곧바로 법정으로 데려가려는 경찰과 취재진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 10여명이 김씨를 에워싸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4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열렸고, 1시간 정도 진행됐다. 법원 측은 심사가 진행되는 319호 법정에서 3~4m 떨어진 복도부터 출입을 통제하는 등 철통 보안 속에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가 끝난 뒤에도 경찰과 법원 방호원 20∼30여명이 김씨를 에워싸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김씨도 ‘살해 의도가 있었냐, 북한 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었냐’는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씨에 대한 구속여부는 이날 밤 결정될 예정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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