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카이엔 S 디젤’ 운전석에 앉으면 속도계가 잘 보이지 않는다.
5개의 계기판 중 속도계는 왼쪽 두 번째다. 한 가운데에는 엔진회전수(rpm) 계기판이 커다랗게 자리해 있다. 속도보다는 엔진 회전수 체크를 중시하는 레이싱카 특유의 전통을 따랐다는 설명이다.
카이엔 S 디젤을 1박2일 동안 340㎞ 정도 시승했으나, 엔진 회전수를 4000rpm 이상 올리지 못했다. 트랙이 아닌 국내 도로 상황에서 rpm을 계속 올리기 쉽지 않았다. 다만 새벽 시간 외곽순환고속도로 직선 구간에서 다른 차량이 없을 때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카이엔은 고성능차 특유의 배기음과 함께 순식간에 rpm이 4000을 넘어서며 10초도 되지 않아 한계속도로 치닫기 시작했다. 100㎞ 정도의 속도는 rpm 바늘이 1200~1300 사이를 오갈 뿐이었다. 막히는 시내 도로 주행에서도 가벼운 주행능력을 보였고, 진동과 소음도 디젤차임을 의식하기 힘들 정도였다.
카이엔 S 디젤은 4.2리터 V8엔진 탑재해 385 마력의 성능을 지녔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5.4초이며, 최고 속도는 252km다. 공식 복합연비는 10.1 km/l인데, 실제 주행한 결과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시속 10㎞ 이하의 서울 강남 도로에서는 7km/l 정도였고, 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을 달리자 10km/l를 넘었다. 시내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을 합친 연비는 9.8km/l였다.
디자인은 포르쉐의 패밀리 룩이 살아 있다. 이른바 개구리눈이라고 불리는 헤드램프가 보닛보다 높고, 차체는 둥글고, 두 앞바퀴 사이의 폭보다 뒷바퀴 사이가 넓다. 운전석 좌우 옆으로 손잡이 있다는 점, 시동장치가 운전석 왼쪽에 있다는 점도 이색적인 대목이다.
포르쉐 측은 카이엔을 ‘포르쉐 디자인 DNA를 지닌 SUV 세그먼트의 스포츠카’라고 규정한다. 스포츠카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SUV의 장점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카이엔의 인기도 두 가지 장점을 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포르쉐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2568대를 판매했으며, 이중 카이엔 시리즈가 930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스포츠카가 부담스러운 부자 고객들이 SUV 형태인 카이엔으로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이엔 S 디젤의 판매 가격은 1억1490만원으로, 각종 옵션을 장착하면 1억5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카이엔은 지난 2002년 처음 출시된 이후 1세대가 전 세계적으로 27만6000대, 2세대가 30만3000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현재 팔리는 모델들은 3세대 뉴 카이엔 시리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스포츠카와 SUV 장점만 살렸다… 포르쉐 카이엔 디젤S
입력 2015-03-06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