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불도저 동원해 유적 마구잡이 파괴

입력 2015-03-06 17:28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인류 문화유산 파괴 행위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이라크 당국은 IS가 모술 박물관 유물을 파괴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모술 남부의 고대 아시리아 도시 유적을 파괴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 유적은 모두 진품이어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라크 관광·고고학부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IS가 이라크 북부 모술에 위치한 고대 아시리아 도시 ‘님루드(Nimrud)’ 유적을 불도저와 대형트럭 등 중장비를 동원해 부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도 “IS가 이날 정오 기도시간 직후 님루드 유적 파괴에 나섰으며 현장에서 유물 파괴와 파괴된 석상 등을 나르는 데 쓰였을 수 있는 대형트럭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피해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님루드는 기원전 13세기 티그리스강 인근에 세워진 고대국가 아시리아의 두번째 수도다. 아시리아는 바빌로니아와 함께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을 중심으로 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구성하는 핵심 문명이다. 영국 BBC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1980년대 님루드의 왕조 무덤에서 발견된 각종 유물은 20세기 고고학사에서 기념비적인 것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반인반수의 석상인 ‘라마수’를 비롯한 각종 석상과 전쟁과 사냥 등의 모습을 담은 부조 작품들이 많다. 특히 대다수 중요한 유적지가 추후 발굴 및 보존 차원에서 땅에 파묻힌 채로 있었는데, 이번에 IS가 불도저 등을 통해 이를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

IS는 극단적인 이슬람 해석에 따라 조각상 등이 이슬람교에서 배척하는 우상에 해당하고 배교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파괴 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에도 모술 박물관에 전시된 석상과 조각품을 깨부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같은달 22일에는 모술 도서관에 폭발물을 설치해 고대 시리아어 서적과 오스만 제국 서적 등을 없애기도 했다.

NYT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일부 님루드 유적이 파괴됐는데 12년 만에 다시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IS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이 최소 4만6000개에 이르며, 이를 통해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트위터가 최근 IS와 관련된 자사 서비스 계정을 정지시켰지만 일부 IS 대원이나 추종자들의 계정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선전전에 활용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발표문에서 “IS가 온라인 수단을 통해 미국 젊은이들을 포섭하려 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경계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FBI는 앞서 5일 전 온라인을 통해 IS에 접촉한 뒤 지원하려던 버니지아주에 거주하는 한 남성을 적발해 체포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