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 테러,한미관계 영향 크지 않을듯

입력 2015-03-05 20:53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은 장기적으로 한·미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악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동맹국에 주재하는 대사가 사실상 테러를 당한 셈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양국은 일단 이번 테러 사건이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폭력행위’로 규정하며 특정 개인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가진 집단의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반발은 아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적어도 60년간 이어온 한·미동맹을 훼손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거듭강조하는 등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해외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신속하게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파장의 최소화에 진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정부가 앞으로 대미외교사안에서 강한 입장을 표명하는데 상당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은 크다.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의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다 미국인에 대한 위해에 대해서는 미국자체가 공격당했다는 강한 인식을 갖는 미국민의 여론 악화를 감안하기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최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 등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외교적인 사안을 추진하는데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한·미 관계는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 들어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근혜정부 2년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비롯한 외교 분야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네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고, 박 대통령도 조만간 두 번째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몇몇 민감한 현안을 놓고 양국 간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된 것도 사실이다. 수년째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일 관계와 주한미군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재조정 후 불거진 한미연합사령부의 용산 잔류 문제, 한·미 원자력협정 등 주요 사안에서 입장차를 보여 왔다.

특히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펼치면서 견고한 한·미·일 공조체계를 구축하려는 미국에 경색된 한·일 관계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부담감을 십분 활용해 한·일 관계 경색의 책임을 한국으로 돌리는 로비를 적극 펼치며 한·미 간의 틈을 벌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에 경도되고 있다는 식으로 미국의 불만을 자극해 왔다.

일본은 한국이 한·미·일 3국 정보공유 협약에 미온적 입장을 보인 것이나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전략적 모호성’을 거론하며 확실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 등을 모두 중국을 의식한 행동으로 몰아왔다. 최근 셔먼 정무차관의 발언도 이 같은 워싱턴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최근 이 같은 사안들에 대한 우리의 입장 개진을 보다 강력하게 하려는 시점에 주한 미국대사 피습이라는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로서는 이번 사건으로 미국 정부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