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 스토리] 중국 산둥의 동굴남 스즈융… “미안하다. 거짓말이었다”

입력 2015-03-05 19:08 수정 2015-04-24 22:34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안타깝습니다.

생활비를 아껴 가족에게 돈을 부치기 위해 동굴에서 기거하는 중국인 가장 스즈융(石志勇)을 지난 3일 소개했습니다. 중국에서도 큰 화제가 돼 산둥성 지난시의 기업인들 10여명은 스즈융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주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네티즌들도 동정의 글들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스즈융이 매달 3000위안을 벌어 거의 전부를 부인과 두 아들에게 부치고 있다는 것은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일하고 있다는 물류회사도 지난해 4월 그만뒀다고 합니다.

중국의 여러 매체에서 다루자 스즈융의 고향 마을에서 삼촌과 조카가 수소문 끝에 동굴을 찾았습니다. 삼촌은 지난의 한 매체에 “고향을 떠나 6년째 집에 오지 않았다. 스즈융이 두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내가 키웠는데 사소한 갈등으로 집을 나갔었다”고 말했습니다. 스즈융도 뒤늦게 “미안하다. 매달 집에 돈을 부쳤고 이번 춘제 때 집에 갔다 왔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하면서 “하지만 다른 것은 다 진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다시 또 누가 믿을지는 모르겠네요.

스즈융은 지난 3일 밤 삼촌을 만나(사진) 지난의 동굴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왜 거짓말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네요. 부인과 자식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삼촌이나 다른 가족들도 얼버무리고 있다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지난번 소개한 기사를 함께 덧붙입니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 약산의 한 동굴에서 벌써 6개월째 기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부랑자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하지만 어엿하게 직장도 있고 가족도 있는 35세의 가장입니다.

지난의 한 언론사가 동굴을 발견한 것은 지난 달 13일. 취재차 산을 헤매다 우연히 찾은 구불구불 10m 길이의 동굴 속에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이 있습니다. 그 뒤 지난 달 24일 다시 찾은 동굴에는 스즈융(石志勇)이 누워 있습니다. 알고 보니 춘제(중국 설)를 맞아 고향에 다녀온 거였습니다. 동굴은 1960~70년대 군사 시설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은폐가 돼야 하기 때문에 진입도 쉽지 않습니다. 주위에는 공동묘지도 있습니다.

동굴 속 살림살이는 이불과 요, 주전자와 간단한 주방용기, 라디오 그리고 손전등이 전부입니다. 다들 사람들한테 얻은 것들입니다. 스즈융은 평상시 세수는 회사에 가서 하고, 목욕을 해야할 때는 대중목욕탕을 이용합니다. 이 곳도 어엿한 집이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춘제 휴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돌아온 것도 무단 침입자에게 집을 빼앗길까 염려됐기 때문입니다.

스즈융의 고향은 허베이성 한단의 작은 마을입니다. 그곳에는 부모와 아내, 11세와 7세의 두 아들이 살고 있습니다. 5년 전 고향을 떠나 지난의 물류회사에 근무하는 그는 한달에 3000위안(약 52만원)을 법니다. 매달 휴대전화 충전하고 술 좀 먹고 하는 용돈을 빼고 모두 집으로 보냅니다. 가장 많이 드는 돈은 집세였습니다. 지난해 9월 산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지금 이 동굴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이사를 했습니다. 한 달에 100~200위안의 방세를 아낄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매달 용돈이 100위안(약 1만7000원) 정도로 줄었다고 합니다.

스즈융은 이번 춘제를 맞아 고향에 갈 때 가족들에게 새 옷을 선물로 들고 갔지만 정작 자신은 새 옷을 사 입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에게 동굴 생활은 비밀로 한다고 합니다. 물론 걱정을 주기 싫기 때문이겠죠. 이런 게 아빠고 가장의 책임감이겠죠.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