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종북(從北) 인사에게 테러당하는 일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주한 외국대사가 테러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절친한 관계로 ‘오바마의 분신’으로 불리는 마크 리퍼트 대사의 테러는 미국과 미국 대통령을 공격한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향후 한·미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이념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크다. 또 주한 미국대사가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테러를 당해 황급히 이송되는 장면이 전세계로 퍼져나가 한국 사회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우려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퍼트 대사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서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김기종(55)씨가 휘두른 과도에 얼굴과 손목부위에 부상을 입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간 미묘한 사안들이 많아 어느 때보다 우리 입장을 미국측에 강하게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악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 한·미간 논란이 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와 원자력협정 등 한·미 현안에 대한 정부의 주장이 현격하게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씨는 우리마당독도지킴이대표로 과거 주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져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상습적으로 주한대사관 직원들을 공격해왔던 요주의 인물이지만 이날 행사장에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입장했다.
범행 당시 김씨는 ‘전쟁반대’ ‘한미연합훈련 반대’등의 구호를 외쳤고 “한·일 관계가 다 날아갔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시작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와 ‘독수리 훈련’에 대한 반발과 최근 한·미간 논란이 됐던 웬디 셔먼 미 국부무 정무차관의 과거사에 대한 발언에 대한 불만이 테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의 범행은 일단 개인적인 돌출행동으로 알려졌지만 통합진보당 해산, 종북 콘서트를 진행해온 신은미씨의 추방 등 최근 수세에 몰린 종북세력의 좌절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에서 점점 더 설 곳이 좁아지고 있는 종북세력들이 주요 인사에 대한 ‘테러’ 등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시도가 확산될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가 2005년 5월부터 4년 동안 통일교육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위촉하는 통일교육위원은 통일교육활동을 통해 대국민 통일의지와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평화통일기반조성에 기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김씨는 2005년 5월 임기 2년의 통일교육위원에 위촉된 뒤 2007년 5월 다시 위촉돼 2009년 4월까지 활동했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김씨의 통일교육위원 위촉·재위촉 경위와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 새로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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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5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