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9·11 배후는 부시' 주장 이슬람 학자 포상

입력 2015-03-05 16:46
2001년 9·11 테러의 배후에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한 인도의 저명한 이슬람 학자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상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살만 사우디 국왕이 지난 1일 수도 리야드에서 인도의 ‘이슬람연구재단' 이사장인 자키르 나이크(49)에게 ’파이살 국왕 국제 상'(KFIP)의 이슬람 봉사 부문 상을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부상으로 금메달과 20만 달러(약 2억2000만원)를 받았다.

나이크는 수상식장에 방영된 동영상에서 “이슬람은 전 인류에 평화를 가져오는 유일한 종교”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2008년 동영상에서 9·11 테러 배후에 부시 대통령이 있다면서 “바보조차도 이 일(9·11테러)이 내부 소행이라는 점을 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나이크는 수년 전에는 9·11 테러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를 표시했다. 또 여성의 성노예화를 옹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폭력행위를 비난하면서도 미국 주도 국제연맹군의 대(對) 이슬람국가 공습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테러에 대한 견해를 놓고 서방 측과 자주 마찰을 빚어온 나이크는 2010년엔 영국 당국으로부터 입국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인도 경제수도 뭄바이 태생인 나이크는 비(非)아랍어권의 유명한 이슬람 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이슬람 전파에 헌신해오면서 비교종교 문제를 다루는 채널인 ‘평화TV'를 개설했다.

나이크의 이번 수상은 사우디 왕실의 주요 구성원이 9·11 테러를 저지른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재정 지원을 했다는 증언이 지난달 초 당시 테러 가담자에게서 나온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 동맹국인 사우디가 9·11 테러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이전에도 제기된 적이 있지만 2004년 9·11 위원회가 발행한 보고서는 사우디 정부가 알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한 증거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