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도 서울서 낳고싶다'-테러순간

입력 2015-03-05 16:23
“첫째 아이 나을 때 한국 측에서 여러 가지로 잘해줘 고맙다. 둘째 아이를 낳게 될 때는 미국 대사가 아닐 것이지만, 한국에 와서 둘째 아이를 낳고 싶다.”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에 초청된 마크 리퍼트 대사가 앉은 헤드 테이블은 화기애애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유명한 리퍼트 대사는 첫 아이 나을 때 한국 측의 배려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고, 둘째 아이를 낳을 때도 한국에서 낳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 참석자는 “원정출산인데”라고 농담을 했고,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 등은 “미국은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어 출생지 국적을 갖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 국적법을 속지주의로 개정하게 된다면 아이가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장 의원이 전하는 당시 상황은 이렇다. 리퍼트 대사는 오전 7시30분쯤 행사장에 도착했다. 홍사덕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이 와병으로 불참해 상임의장 중 한명인 장 의원이 주빈격으로 리퍼트 대사를 맞았고 헤드 테이블에도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장 의원은 “수프가 테이블에 다 차려지고 수프를 들 무렵 테러가 발생했다”며 “리퍼트 대사 왼편에 내가 앉고 오른편에 통역이 앉았는데, 근처 테이블에 앉아있던 범인이 갑자기 일어나 빠른 속도로 리퍼트 대사의 오른편으로 접근해 테러행위를 자행했다”고 설명했다.

헤드테이블에는 장 의원을 비롯, 김덕룡 전 민화협 상임의장,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 민화협 집행위원장인 새누리당 이성헌 전 의원 등이 자리했다.

장 의원은 피습 당시에 대해 “범인이 어떤 소리를 질렀다. 범인이 흉기를 숨겨와 가해할 무렵 흉기를 꺼내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순간에 이뤄진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범인이 리퍼트 대사 쪽으로 쏠리게 됐고, 나도 범인 쪽으로 몸을 가져가 같이 바닥으로 넘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러 사람과 합동해 범인을 제압했다. 범인이 제압됐다 판단하고 일어나 보니 리퍼트 대사는 이미 병원으로 출발했고 테이블의 흰 식탁보 위에는 굵직한 핏방울이 수십개는 있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법무부 검찰국장 출신으로 특전사령부에서 군 법무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사고를 당한 대사가 병원으로 출발한 후) 손잡이가 한 뼘 정도 목제인 과도가 테이블위에 놓여 있길래 ‘왜 칼이 여기 있느냐’고 했더니 누군가가 ‘바닥에 떨어진 걸 주워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또 “당시 참석자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며 “사복 입은 비교적 젊은 분이 ‘제가 경찰이다’고 해서 흉기도 수거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회의장에 들어와 범인을 데리고 나갔다”고 장 의원은 설명했다.

장 의원은 “범인 김기종은 명찰이 준비된 사람은 아니었고, 민화협 발족 초기 가입단체 구성원”이라며 “그 동안 모임에도 왔으나 돌출행동이 많았던 사람이고, 초대는 못 받았지만 공개 강연회였다. 흉기를 들고 테러를 할 것이라고까지는 예상을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민화협에서 따로 경호요청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대사관에서도 경호요청이 없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김기종이 접근하기 매우 유리한 위치에 앉았고, 다른 테이블 이야기를 들어보니 쏜살같이 (헤드 테이블쪽으로) 가더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를 빈다”며 “한미간 동맹관계, 우호관계는 절대 손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