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테러] 박 대통령, 사건 33분 만인 새벽 3시에 보고받아

입력 2015-03-05 16:35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5일 새벽(현지시간) 세 번째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보고받았다. 박 대통령은 전날 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UAE로 이동한 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아부다비 숙소에서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은 시각은 새벽 3시13분(한국시간 오전 8시13분)이었다. 사건 발생 33분 만에 UAE까지 보고가 이뤄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사건 보고를 받은 직후 놀라움을 표시한 뒤 관련 대책 수립을 즉각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철저한 수사 및 경계태세 강화 등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며 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주 수석은 “현지시간 새벽 3시13분에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즉시 대통령께 보고를 드렸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과 리퍼트 대사와의 통화 계획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긴급 진행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사건 직후 박 대통령을 수행 중인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들도 현지시간 새벽부터 계속 긴박하게 움직였다. 아부다비에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박흥렬 경호실장, 주철기 수석 등 관계자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대책을 협의했고, 서울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김 국가안보실장 등도 아부다비의 청와대 관계자들과 전화 협의를 계속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또다시 국내에서 대형 사건이 터지면서 박 대통령 순방 징크스가 이번에도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국내 사건으로 빛이 바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순방 징크스는 2013년 5월 박 대통령의 첫 해외방문인 미국 방문 때 시작됐다. 박 대통령을 수행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여성 인턴직원을 성추행한 뒤 전격 경질되면서 순방 성과는 가려졌다.

다음달인 6월 박 대통령의 중국순방 직전에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남북정상회의록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고, 9월 러시아·베트남 방문 때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등이 불거졌다. 지난해 6월 중앙아시아 순방 때는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친일 논란으로 정국이 달아올랐다. 박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에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으로 정국이 시끄러워졌다.

아부다비=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