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테러] “영화도 우리 민족이 만들었다”… 김기종 블로그 보니 “좀 유별나네”

입력 2015-03-05 19:00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가 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들것에 누워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 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

마크 리퍼트(42) 주한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55)씨는 문화운동단체 ‘우리마당’의 대표다. 김 대표는 우리마당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5일 SNS에서는 고려시대 그림자극이 지금 세대 영화의 기원이라고 주장한 김 대표의 블로그 글이 네티즌들의 주목을 끌었다. 김 대표의 견해는 블로그에서 별도의 코너로 운영 중인 만석중놀이보존회에 적혀 있다. 만석중놀이는 고려시대에서 전해진 그림자극이다.

김 대표는 블로그에서 “영화는 유럽에서 발명된 문화가 아닌 우리 전래민속에…. 인류 문명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그림자놀이를 의식으로 활용했다는 기록이 존재함에 따라 우리의 그림자극 만석중놀이가 영화의 바탕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 관련 기록에 대해 ‘고려사’라고 적었을 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같은 코너의 다른 글에서는 “아시아 끝에 있는 한반도에서 시작된 그림자극이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에 전달됐다. 산업화에 따라 발전하면서 영화의 뿌리가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림자극이 한반도에서 시작됐다는 증거가 여러 문헌을 통해 증명됐다는 별도의 견해를 덧붙였다.

문화운동단체인 우리마당의 성격상 영화가 매체로서 가진 힘을 설명하고, 그 유래가 한반도에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작성한 글로 보인다. 이 글들은 트위터로 옮겨지면서 네티즌들의 논쟁으로 이어졌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네티즌들은 “우리 민족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세계인의 조롱을 받을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지만 역사를 오독하는 민족은 과거조차 찾을 수 없다” “우리의 것을 빼앗기면 안 되지만 모두 우리의 것이라고 주장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김 대표의 글을 옮긴 파워트위터리안 김남훈(41) 종합격투기 해설위원은 “참 아스트랄하다(유별나다)”는 말로 혀를 찼다.

김씨는 오전 7시40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에서 리퍼트 대사를 습격했다. 길이 25㎝짜리 과도를 사용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연사로 참석한 리퍼트 대사는 피습 당시 강의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대사는 얼굴에서 피를 쏟았다. 순찰차를 타고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된 뒤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뺨에 길이 11㎝, 깊이 3㎝의 자상을, 왼팔 3㎝의 관통상을 입었다. 새끼손가락 신경에도 손상이 있었다. 병원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기능적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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