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겨냥한 흉기 공격 사건은 9년 전 발생한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 신촌 피습사건을 연상케 한다.
범인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얼굴을 겨냥해 공격했고 상처를 같은 병원에서 치료한 점 등은 우연치고는 닮았다.
리퍼트 대사는 5일 오전 7시 40분께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강의를 준비하는 도중 김기종(55)씨로부터 25㎝ 길이의 흉기로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공격당했다.
리퍼트 대사는 피습 직후 피를 흘리며 순찰차를 타고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가 다시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다.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뺨에 12㎝ 크기의 자상을 입었으며 오전 10시께부터 본관 5층 수술실에서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과장인 유대현 교수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의 집도로 수술을 받았다.
9년 전인 2006년 5월 20일 박 대통령도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위한 지지연설을 하려고 단상에 오르다가 지충호(59)로부터 커터 칼 공격을 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뺨에 11cm 길이의 자상을 입어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돼 당시 성형외과 과장이던 탁관철 현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로부터 봉합 수술을 받았다. 탁 명예교수는 유 교수와 사제지간이기도 하다.
이뿐이 아니다. 사건 이후의 상황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9년전과 같이 사건의 파장 역시 가해자들의 의도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9년전 신촌테러사건 당시 박 대표의 피습 이후 박 대표에 대한 동정론과 테러 가해자에 대한 분노 등이 합해지면서 한나라당은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을 석권했다. 당시 박 대표는 깨어나자마자 “대전은요?”라는 말로 대전 선거 상황부터 챙겼다. 당시 박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열세였던 대전지역 선거 판세를 뒤집어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줬다.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의 경우도 유사하다. 피습 직후 강북삼성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진 리퍼트 대사는 이송차량에서 내리면서 괜찮으냐고 묻는 미국 당국자에게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I'm OK, I'm OK. Hey, guy, Don't Worry)”는 말을 두 번 반복하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또 테러직후 여야와 시민사회는 한 목소리로 테러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피의자 김씨가 가해 당시 외쳤던 ‘전쟁 훈련 반대’ 주장은 도리어 한국 내에서 설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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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美대사 테러] 리퍼트 피습, 9년전 ‘박대통령 신촌 테러’와 너무 닮은꼴
입력 2015-03-05 14:37 수정 2015-03-05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