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설계, 미국 원자력규제위 사전심사 통과

입력 2015-03-05 14:06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이 개발한 신형경수로인 ‘APR1400'의 원전 설계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사전심사를 통과했다.

미국 NRC는 4일(현지시간) ‘APR1400'의 설계인증 사전심사를 마치고 본심사 착수를 승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NRC가 지난해 초 사전심사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를 통과한 원전 설계는 APR1400이 유일하다.

이는 한국형 원전이 미국 원자력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무대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출경쟁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앞으로 약 3년6개월(42개월)의 본심사를 거쳐 2018년 9월까지 안전성 평가절차를 완료하면 공청회와 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 2019년 3월께 최종 설계인증을 취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계인증을 취득하면 미국 연방규정에 법제화돼 15년간 유효하게 된다.

사전심사는 원전설계 문서가 인·허가 요건에 적합한지를 검토하는 과정으로, 본심사가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도록 엄격한 요건과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12월 프랑스 아레바가 EPR을, 일본이 APWR(신형원전)에 대한 심사를 신청했으나 문서 미비 등으로 7년 넘게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2월부터 설계인증 준비 작업에 착수한 한수원은 2013년 9월 같은 노형인 APR1400에 대한 사전심사를 신청했으나 석달 뒤 계측제어 등 일부 설계분야의 정보와 세부 내용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심사가 보류됐다. 한수원은 이에 따라 작년 12월23일 한국전력공사와 공동으로 NRC의 강화된 요건을 반영한 신청문서를 작성해 다시 사전심사를 신청했다.

김윤호 한수원 워싱턴센터장은 “APR1400은 NRC의 강화된 사전심사가 최초 적용된 노형”이라며 “까다로운 사전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본심사 에서 승인될 가능성이 한층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원전 설계인증은 원전 전체에 적용되는 ‘표준설계'에 대한 NRC의 안전성 평가를 인증받는 것이다. 지금까지 웨스팅하우스사의 AP1000(개량형 가압경수로) 등 미국 선진 원전사의 5개 노형이 설계인증을 취득한 바 있으며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설계인증을 취득한 전례가 없다.

한수원이 설계인증을 최종적으로 취득할 경우 미국 내에서 원전을 건설할 때 해당 원전의 안전성 인증 등 관련 심사절차가 면제되고 건설·운영 인·허가 기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시장 진출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원자력발전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원전 시장으로, 앞으로 10∼20년 사이 노후화된 원전의 대체 또는 신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설계인증을 최종 취득할 경우 한국형 원전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