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승만 정권의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총살당했던 독립운동가 최능진씨의 3남 만립씨가 선친 죽음은 “정치적 보복”이라며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5일 열린 최능진씨에 대한 재심청구 사건 심문기일에서 아들 만립씨는 “선친은 당시 이승만 정권에서 정치적 테러를 당한 것”이라며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선친이 영장 없이 구금됐고, 이런 사실을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민간인을 군사법정에 세울 수 있느냐. 선친은 이승만과 싸운 죄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만립씨는 2013년 숨진 맏형 필립씨도 마지막까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유언했다며 재판부의 결단을 호소했다.
최능진씨는 1948년 제헌의회 선거에서 이승만에 맞서 서울 동대문 갑구에 출마했다가 눈 밖에 나 정부 수립 후 한 달 반 만에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뒤 인민군에 의해 풀려난 최씨는 피란길에 오르지 않고 서울에서 정전·평화운동을 벌였지만 이승만 정권에 의해 친북 활동가로 몰려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1951년 2월 총살당했다.
만립씨는 2006년 부친의 죽음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요청했다. 진실위는 2009년 9월 최씨가 이승만 정권에 맞선 뒤 헌법에 설치근거도 없고 법관 자격도 없으며 재판권도 없는 군법회의에서 사실관계가 오인된 판결로 부당하게 총살당했다고 결론짓고, 재심 수용을 권고했다.
재판부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결정하겠다. 당시 변호인의 조력 없이 단심으로 재판이 이뤄진 정황은 보이지만 최대한 참고자료는 많이 제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 심문은 다음달 1일 오전 11시20분에 열린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독립운동가 故 최능진씨 3남 “선친 죽음은 이승만 정권의 정치보복”
입력 2015-03-05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