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균(35)의 캐릭터는 대부분 범죄를 저지르는 쪽이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는 폭력 조직의 행동대장, ‘이웃사람’에서는 소름끼칠 만큼 섬뜩한 살인마였다. 그런 그가 12일 개봉되는 ‘살인의뢰’에서 연쇄 살인범에게 아내를 잃는 한 가장으로 변신했다.
2013년 선풍적인 인기를 끈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반전 매력의 하숙생 삼천포로 나온 그였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성균은 “최근 들어 소중한 것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이 사람들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은데 이런 소중한 것을 잃으면 어떨지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죠”라고 말했다.
2010년 결혼한 김성균은 현재 아들 둘을 뒀다. 오는 8월에는 셋째도 태어날 예정이다. 그는 “소중한 것을 잃는 게 어떨까 상상하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끔찍했어요. 연기를 하기 위해 제가 겪는 것도 이런데 실제로는 얼마나 더 끔찍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밝혔다.
김성균이 연기한 극중 승현은 착하고 평범한 은행원이다. 하지만 임신한 아내를 연쇄 살인마 조강천(박성웅)에게 잃은 분노에 현장 검증에 나선 조강천을 향해 흉기를 들고 달려들다 경찰에 제압당한다. 슬픔을 견디다 못해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기도 한다.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조강천에게 복수를 하고자 3년간 칼끝을 벼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복근을 만들고 나타나 20대 1로 싸워서 이기고 그런 것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승현은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나 전직 칼잡이도 아니고 그냥 은행원이었고 유약한 사람이었죠.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15년간 갇혀 있던 게 아니라 3년간 집에서 보통의 사람이 준비해 온 과정이라고 생각했을 때 어느 정도 변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영화는 1997년 이후 사형제도가 집행되지 않고 있어 강천과 같은 연쇄살인범일지라도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하는 현실을 피해자의 가족과 경찰의 입을 통해 비판하며 사형제도의 존폐 문제를 끄집어낸다.
그는 “솔직히 그전에는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됐죠. 범죄자의 인권에 대해서도요. 생각해 봤는데 우리 영화에 나오는 살인범 같은 경우에는 어떤 용서도 없을 것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옴니버스 영화 ‘여름에 내리는 눈’ 촬영을 마친 데 이어 현재 조성희 감독의 영화 ‘명탐정 홍길동’을 촬영 중이다. 김성균은 “연기는 결국 누군가를 속이는 것 아니겠느냐. 작품 횟수가 많아지고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수록 거짓말하기가 쉽지가 않다. 점점 속이기가 어려워진다. 사전 정보가 많아지니까.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제 거짓말에 잘 속아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응사’의 삼천포 김성균 ‘살인의뢰’에서 아내 잃은 피해자 역으로 변신
입력 2015-03-04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