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얼마나 서둘렀으면… 김영란법 태어나자마자 ‘수술론’ 비등

입력 2015-03-04 16:43

‘김영란법’(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수정론에 휩싸이고 있다. 국무회의 공포는커녕 법제처 심의를 끝내기 전부터 수술대 위에 오를 처지다. 각종 부작용과 위헌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법안통과에 ‘올인’ 한 결과다. 4일 정치권에서는 신속한 보완 입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향후 수정논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공공 영역은 어디까지이며, 부정청탁을 방지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뒤늦은 논쟁이 예상된다.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은 민간 영역으로 확대한 법적용의 적절성, 대상의 형평성과 처벌 기준의 모호성, 수사권 남용 가능성, 위헌 가능성 등 여러 대목이다.

여야가 수정을 노리는 부분도 온도차가 난다. 새누리당은 ‘제5부’로 불리는 시민단체가 대상에서 빠진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또 법 적용의 비현실성 및 모호성을 지적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직자윤리법에 있는 윤리강령과 김영란법 시행령을 만들 때 (구체적인 내용을)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윤리강령에 3만원(식사제공), 5만원(경조사비), 10만원(화환)이라고 돼있는데 현실에 안 맞는 측면이 있다”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한 금품수수금지 예외조항에 대한 세부내용과 공무원 윤리강령에 명시된 접대·경조사비 등 규정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는 뜻이다.

같은 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비점이나 부작용에 대해 모든 목소리를 듣고 1년 반의 준비 기간에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검찰공화국으로 변질 가능성, 과잉 입법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검찰의 권력 남용”이라며 “6개월 전 김영란 전 대법관과 만나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법 시행 전에 수사권 남용, 망신주기식 표적 수사 등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문제점을 빨리 보완하는 작업을 국회가 할 것이고 나도 그런 노력을 하겠다”며 “당초 취지대로 공직자에 한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의원이 빠져나갈 예외조항을 끼워 넣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오해 받기 딱 십상이다. 수정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란법이 전날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수정 필요성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어떤 형태로든 내년 10월 시행 전에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여론은 김영란법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개정 작업 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다. 리얼미터가 전날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법 통과를 잘했다는 응답은 64%였다. 잘못했다는 답변은 7.3%, 잘 모름은 28.7%였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69.8%), 바람직하지 않다(12.0%)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