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 ´풍문으로…´ 킬미힐미…´ 평일 10시대 가족 드라마 눈에 '띄네

입력 2015-03-04 15:42
사진=SBS ´풍문으로 들었소´의 한 장면. SBS 제공

청춘물, 로맨틱 코미디가 꽉 잡고 있던 지상파 월화·수목 드라마 시장에 색깔 있는 가족극이 다수 포진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달라진 시청층을 반영하면서도 베끼기 논란을 겪던 뻔한 이야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가 잇따른다.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대표적이다. 남편 외도로 상처를 받은 강순옥(김혜자)과 딸 김현정(도지원), 김현숙(채시라), 손녀이자 현숙의 딸인 정마리(이하나)가 한 집에 살면서 그려지는 일을 담는다. 한 집안 3대 여자들이 좌절과 실패를 겪으며 억척스럽게 재기하는 모습은 통쾌함을 자아낸다. 드라마를 통해 ‘국민엄마’ 김혜자는 7년 만에, 채시라는 6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에 복귀했다.

SBS에서 23일부터 방송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화제성도 놀랍다.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드라마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4) 등으로 홈런을 친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가 다시 만났다. 한국 사회 최상류층의 위선과 갑을관계 등을 풍자적으로 다룬다. 유준상과 유호정이 한정호, 최연희 역을 맡아 현실적인 상위 1% 부부의 삶을 표현한다. 지난달 24일 방송됐던 2회분에서는 극중 두 사람의 아들로 등장하는 고교생 한인상(이준)과 여자친구 서봄(고아성)이 가정에서 출산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 거센 반향을 일으켰다. 겉으로는 여유와 이해심이 넘치는 듯하지만 내면엔 속물근성이 가득 차 있는 출연자들의 대사 하나 하나가 블랙 코미디다. 빠른 진행과 질 높은 영상미, 파격적인 소재로 관심을 받고 있다.

MBC는 ‘킬미힐미’ 후속으로 오는 18일부터 ‘앵그리맘’을 내보낸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딸 오아란(김유정)을 지키기 위해 젊은 엄마 조강자(김희선)가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학비리와 청소년 문제 등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건드리며 학부모들의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세 편의 드라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미시 여배우들의 변신이다. 푸근한 이미지였던 김혜자가 센 여인으로, 지적 이미지였던 채시라는 ‘진짜 아줌마’로 분해 명품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간 편안한 연기를 선보여온 유호정의 깐깐한 사모님 역도 일품이다. 김희선의 첫 엄마 연기 또한 기대감을 자아낸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4일 “미디어 시청환경이 바뀌면서 주요 대상인 40대 이상을 겨냥한 작품이 편성되는 경향이 있다”며 “친숙한 배우들을 통해 펼쳐지는 신선한 소재의 극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