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창설 70주년 맞아 사상 첫 임금삭감 추진

입력 2015-03-04 09:52

‘글로벌 선망 직장'인 유엔이 창설 70주년을 맞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임금 삭감을 추진한다.

특히 유엔의 사상 첫 임금삭감 추진은 최근 4년째 이어진 예산 삭감과 인력 구조조정에 이어 나온 조치여서 유엔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의 한 소식통은 3일(현지시간) 취재진에 “유엔이 창설 이후 처음으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유엔 직원들은 내년부터 임금이 크게 깎이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액 연봉으로 ‘글로벌 신의 직장'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유엔이 임금삭감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등 유엔 분담금을 많이 내는 주요 회원국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유엔직원의 임금 문제를 총괄·조정하는 자문기구인 ‘국제공무원위원회'(ICSC)는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제70차 유엔총회에 제출하기 위해 ’유엔 임금 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창설 70주년을 맞은 유엔 직원들의 임금은 이른바 ‘최고 대우의 원칙'에 따라 회원국 공무원 가운데 급여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 공무원 대우에 준해 정해진다. 이에 따라 준용되는 기준은 고액 연봉을 받는 미국 연방 공무원 급여 수준이다.

여기에 유엔 직원들이 일하는 현지의 물가 등 경제사정을 감안해 ‘플러스 알파'(+α)가 붙는다. 다만, 플러스 알파가 최고 대우를 받는 미국 연방 공무원 급여의 15%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제한규정이 있다.

즉 비슷한 근속연한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미국 연방 공무원이 1억원을 받는다면 유엔 직원은 1억1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이 임금 삭감을 추진하는 것은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미국 뉴욕에 소재한 유엔본부 직원들의 임금이 ‘15% 상한선'을 초과한다는 지적 등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유엔 소식통은 “최근 유엔본부 쪽에서 직원들에게 국제공무원위원회가 임금 개혁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면서 “임금 총액과 각종 혜택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2년 단위로 예산을 편성하는 유엔은 앞서 ‘2012∼2013년', ’2014∼2015년'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4년 연속 예산 삭감이다. 아울러 이 기간 사상 처음으로 260명을 구조조정했으며, 본부 내 221개 직위를 없앴다.

유엔의 2014∼2015년 예산은 직전 회계연도보다 1% 줄어든 55억3000만달러(5조8400억 원가량) 규모다.

다만, 유엔은 예산삭감, 구조조정, 임금삭감 등 일련의 조치에도 지난해부터 정년을 62세에서 65세로 늘려 ‘신의 직장'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유엔 직원은 유엔본부에서 일하는 직원은 6600명가량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4만4000명 정도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