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은 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백지화하는 내용을 뺀 국토안보부(DHS)의 예산안을 가결 처리했다.
하원은 이날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 행정명령 폐지 조항을 삭제한 이른바 ‘클린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투표에 부쳐 찬성 257표, 반대 167표로 통과시켰다.
이 예산안은 이미 지난달 27일 상원 관문을 넘은 것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 공항·항만 등의 이민·세관 및 국경 경비 업무 등을 책임지는 국토안보부는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완전히 면하게 된다.
공화당이 국토안보부의 2015회계연도(지난해 10월∼올해 9월) 예산안 가운데 불법체류자의 추방을 유예하고 운전면허나 취업허가서 등을 발급하는 데 필요한 예산 항목을 삭제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발동한 행정명령을 무산시키려던 시도를 일단 포기한 결과다.
공화당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오전 비공개 의원 총회에서 ‘클린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되 당론 없이 개개 의원이 자기 판단에 따라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치적 공방 과정에서 베이너 의장은 또다시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의 벽을 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의 지지까지 받지 못하면서 지도력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됐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은 모두 일사불란하게 찬성표를 던졌으나 공화당은 찬성이 베이너 의장을 포함해 74표에 그치고 반대는 167표에 달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회의에서도 온건파와 티파티 성향 보수파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마이크 심슨(아이다호) 의원은 “의회의 의무는 모든 정부부처가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 방안(클린 예산안 의결)이 셧다운을 피할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맷 새먼(애리조나)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에 맞서 지금 싸우지 않으면 언제 싸우느냐”고 반박했고, 스티브 킹(아이오와) 의원은 베이너 의장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예산안 통과를 환영했다. 그는 “백악관은 정치적 의도가 담기지 않은 장기 예산안을 통과시키라고 오랫동안 의회에 요청해왔다. 의회 지도부가 마침내 이를 수긍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1심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려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텍사스주 브라운스빌 연방지법의 앤드루 헤이넌 판사가 지난달 중순 행정명령 시행을 일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려 어릴 적 불법적으로 미국에 넘어온 청년 이민자들의 추방 유예 신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에 항소함으로써 이민개혁을 둘러싼 공방은 정치권에서 법정으로 넘어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미 하원, 이민조항 뺀 예산안 의결…공화 ‘백기’
입력 2015-03-04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