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제정안)이 3일 압도적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2년 8월 국회에 제출된 지 929일 만이다. 1년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공공성을 명분으로 공직자 외에 언론사와 사학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공적 영향력이 큰 시민단체, 변호사·의사 등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과도한 법 적용 및 수사기관의 악용 가능성과 함께 형평성 논란을 껴안고 출발하게 됐다. 여론에 떠밀려 법안을 처리하다보니 법의 원칙마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비판이다.
여야는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김영란법을 가결시켰다. 하지만 본회의 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전날 합의한 정무위 최종안을 놓고 혼란이 벌어졌다.
정무위는 언론사 직원과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제5부로 불리는 시민단체 관계자,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 등을 제외시켰다. 시민단체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 등이 주도한 정무위가 법안을 심사하면서 시민단체와 정치인의 예외 조항을 넓혔다는 지적이다.
여야 내부에서 “시민단체가 정부와 기업에 압력을 넣거나 부정 청탁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시민단체 대표는 론스타 측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원칙과 기준이 편의적이고 자의적”이라며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는 왜 뺐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은 “시민단체 적용이 관철되지 않아 아쉽다. 가장 큰 이권 단체가 시민단체 아니냐”고 반문했다.
법사위에서는 사학재단 이사장 및 이사가 빠진 것을 놓고 ‘뒤죽박죽 법안’이라는 지적이 쏟아졌고, 본회의 통과 40분전 이들을 법적용 대상으로 추가했다. 공공성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병원 등 의료 관계자, 은행 등 금융기관 관계자가 빠진 것도 논리적 모순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
입력 2015-03-03 20:42